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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런던(캐나다엔 영국과 꼭같은 지명이 많이 있다)에 1년간 연구차 간 적이 있다. 맑고 넓은 호수와 고목숲들이 우거진 공원이 도처에 많아서 무척이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운치를 풍기는 그런 대학도시였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템즈강이 잣나무가 줄지어 선 캠퍼스를 끼고 공원을 돌아 흐르는데 청둥오리들과 수달들이 노닐고 수초가 깊어 물고기도 많음직했다. 그래서 낚싯대를 사다가 캐나다 물고기라도 한 번 못살게 하며 즐겨볼까 마음먹었다.

"캐나다 물고기 너희들 코리안에게 코피, 아니 입피 한 번 나봐라"고 뇌까리며 3월의 양지바른 강가에 앉아 밥알을 미끼로 낚싯대를 드리웠다. 강물 속에는 작은 고기들이 떼지어 다니고 더러는 큰 놈 그림자도 보였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월척이 낚일 것 같아서 두 아들과 아내도 옆에 불러 앉혔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가장으로서의 능력을 단단히 보여주리라 벼르면서. 그리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 두 시간을 기다렸다. 날이 저물어가도 그놈들이 영 입질을 하지 않았다.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 아이들과 아내에게 체면이 말이 아니게 깎였지만 "다음엔 너희들 정말 가만 안둔다"고 아이들이 듣게 큰소리치면서 슬그머니 돌아왔다. 그러나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그놈들은 전혀 나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성질같아서는 요놈들이 신통찮은 나라에서 왔다고 깔보나 싶어 옷 벗고 들어가 엄하게 꾸짖고 싶었지만 한국말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꾹 참기로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캐나다 물고기들의 주식은 강냉이라서 밥알미끼가 먹는 것이지 모른단다.캐나다의 호수와 강물은 정말로 수정같이 맑아서 지금도 봄햇살에 면경처럼 반짝거리고 있겠지. 하지만 우리의 식수원인 낙동강물은 겨울가뭄으로 무척이나 오염되어 있겠다. 낙동강물 마시고 사는 한국 물고기들에겐 그래서 절대로 템즈강의 수질얘기는 비밀로 하고 있다. 곧 선거철인데다 행여 노조라도 만들어 낙선운동이라도 벌인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문재덕.경북대 교수.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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