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의 정부 출범 2년-하)통치스타일로 본 DJ

김대중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김 대통령의 독특한 통치철학과 통치스타일이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대중주의,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고집과 유연 등이 혼재한 양상이다.

우선 환란극복과정에서 현실적인 면모를 보였다. 미국과 일본 등의 외국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더러는 한국내 알짜회사들이 외국에 싼값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이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까지 힐난했을 정도였다. 어쨌든 김 대통령이 환란탈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에 구애에 가까울 정도로 햇볕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어찌보면 이상주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중의 하나는 논리의 정연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취임 직후 국정철학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추진을 들었다. 작년 광복절부터는 생산적 복지개념을 추가시켰다. 작년 옷로비 파문의혹 이후 국민여론을 중요시하며 중산층과 서민대통령의 구호를 다시 사용했다.

지난 2년간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등 4대부문에 대한 개혁을 추진했고 올해부터는 하드웨어의 개혁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의 개혁으로 방향을 바꿨고 또 정보화사회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논리의 산뜻함 뒤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외양과 형식에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내부 구조적 개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진해지고 있으며 김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은 가장 낙제점을 받았다. 게다가 요즘 개혁의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이 국민들에게 다소 식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역시 김 대통령의 카리스마적 리더십. 지난 2년간 경제와 통일분야는 야전사령관 구실을 했다. 또 의회주의자로 자처하면서 국회에는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여야대립도 이같은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그래도 평가해야 할 대목은 집권세력 차원의 광범위한 부정부패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민주화와 인권의 신장에는 조금 기여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에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기민함도 보였다. 홍위병, 대중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민단체들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첨단업종이 주축을 이루는 코스닥시장의 활황에도 이바지했다. 물론 이는 집권여당에 대한 인기하락과 재벌개혁의 우회적 돌파라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직스런 면을 보인 대목은 대북문제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정권에 천문학적인 돈을 갖다주고 있다는 보수세력의 비판과 강릉 잠수정 침투 등 몇차례의 도발에도 햇볕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지역주의 타파의 실패다. 호남인사들의 득세가 야당의 주요 공격이슈가 되어 있을 정도다. 가신그룹에 대한 의존도 비판대상이다. 이번 공천에서 오랜 동지인 김상현 의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강래씨 마저 동교동계의 전횡을 비판했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사정을 모르는지 이를 묵인하는지 확실치 않지만 이제는 오히려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어 버렸다.

김 대통령이 비난을 받고 있는 대목중 하나는 약속위반. 자민련의 김종필 명예총재는 DJP연합때 약속한 총선전 내각제개헌 약속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조파기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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