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는 반도체·LCD와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정보기술(IT)산업의 3대 핵심기술로 꼽힌다. 미국 바텔기술경영 그룹은 향후 10년내에 세계적으로 중요시될 10대 산업 중 유전자 조작과 전지를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산업으로 지목했다. 전지는 정보통신, 우주항공, 환경기술 등 인류가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에 사용될 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 장차 발전소 기능까지 대체, 인류의 주에너지 공급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지는 사용후 충전해 재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말한다. 최근 캠코더·이동전화·노트북 PC 등 휴대형 전자기기시장이 급성장하며 2차전지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자동차용 납축전지를 제외한 전세계 2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20억달러에서 2002년 3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2차전지 시장은 올해 약 6천억원 규모로 매년 10% 가량 판매액 성장이 기대된다. 개수로는 약 2천700만개가 소비된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리튬이온전지. 지난 92년 일본 소니사가 개발, 소형 2차 전지시장에 진입한 리튬이온전지는 초기에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일부 제기되기도 했다. 리튬은 금속 원소 중 가장 가벼운 물질이고 산화전위(3.01V)가 높다. 단위무게당 낼 수 있는 전기화학적 용량이 아연전지에 비해 4배 이상 높아 가장 우수한 음극(-) 물질인 셈. 문제는 리튬금속이 물은 물론 공기 중의 수분과도 격렬히 반응하기 때문에 취급이 쉽지 않다는 점.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리튬이온전지는 니카드나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가볍고 메모리 효과(완전히 방전시키지 않고 재충전할 경우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가 없다는 장점과 각종 안전규격의 적용 등 제도적인 보완 덕분에 96년부터 소형 2차 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원천 특허는 리튬을 저장 방출할 수 있는 양극(+) 재료에 대한 것으로 영국 원자력연구소(AEA)가 보유하고 있다. AEA가 실용화하기 전에 일본 소니사가 실시권을 매입, 리튬이온 전지를 처음 상용화했다. 일본보다 먼저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한 미국과 캐나다는 상업화 초기에 발생한 폭발 사고 때문에 상업화를 늦췄다가 2차전지 시장에서 일본의 뒤를 쫓는 꼴이 되고 말았다.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일본에 빼앗긴 미국과 유럽이 역전을 꿈꾸며 지난 80년부터 연구해 온 것이 리튬폴리머전지다. 고체 고분자(폴리머)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폴리머전지는 전해액이 누수될 염려가 없고 충·방전시 생기는 부산물이 전지 성능을 저하시키는 단점을 보완했다. 또 자유자재로 전지의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쉽게 구부러지는 특성도 있다. 그러나 리튬폴리머 시장에서도 일본 전지업체들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마쓰시타 전지공업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박형 2차전지인 리튬폴리머전지를 지난해 1월부터 양산한데 이어 후발 일본 업체들은 지난해 10월 두께 3mm대의 초박형 리튬폴리머전지를 출시했다.
리튬이온전지를 전기자동차에 응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전기자동차가 순전히 전기의 힘만으로 움직이려면 최소한 200~300kg의 전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획기적인 전지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전지만을 사용한 자동차가 상용화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과 전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는 얘기가 다르다. 수십kg의 전지만 사용해도 경제성이 충분하다. 니켈수소 전지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이미 양산되고 있으며 최근 리튬이온전지를 전기자동차용으로 만드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리튬폴리머전지와 함께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것이 바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저장하는 것 보다 만들어내는 쪽에 가깝다. 공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2차전지처럼 충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모토로라사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는 노트북 사용시간을 현재보다 10배 이상 연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연료전지를 이동전화 단말기에 사용할 경우 한달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액화메탄올을 전원으로 사용하는 이 연료전지는 3~5년뒤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밖에 전기이중층콘덴서와 공기아연전지 등이 차세대 2차전지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전기이중층콘덴서는 리튬이온전지로는 불가능한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1만회 이상의 충·방전을 되풀이해도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
한편 미국 등 선진국은 수년 전부터 태양에너지를 우주 공간에서 채열, 마이크로통신을 통해 지구로 송전·저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순간 전압이 수억V에 달하고 최대 2만A 전류값을 지닌 번개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저장, 이를 전지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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