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몹쓸 어른 잇따라 덜미

"donask를 잡아라"

지난 15일 오후 경북 영천시 시외버스터미널 앞. 대구 중부경찰서 소년계 형사대는 아직 앳된 얼굴의 16세 소녀와 만났다.

몇번의 채팅끝에 형사대와 겨우 만나게된 이 소녀는 원조교제를 해오다 경찰의 수사망에 걸린 장본인. 형사대는 이 소녀를 붙잡고 그동안의 행적을 캐기 시작했다.망설이던 이 소녀는 형사대의 끈질긴 설득에 자신이 경험한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자신과 상대했던 30대 남자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이야기했다.

"'30대 화끈남'이라며 유혹했어요. 돈은 달라는대로 준다고 얘기했고요"

형사대는 이 남자가 소녀와의 인터넷 채팅에서 사용한 ID가 'donask'라는 것을 확인, 이 사이트 운영자를 통해 donask가 누구인지를 알아냈다.

나이는 37세, 대기업 과장 출신 유부남. 형사대는 1주일간의 추적끝에 원조교제를 했던 남자가 배모(37)씨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23일 밤 배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배씨는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이미 경찰은 배씨와 관계를 맺었던 여고1년생 2명의 진술을 확보, 증거를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원조교제를 하는 남자들 대다수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소녀들을 유혹하고 있어 ID를 추적하면 쉽게 걸려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ID등록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신원파악이 한결 쉽다.

지난달 초부터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가상의 남자'를 내세운 뒤 이를 보고 몰려든 10대 소녀들에게 수사협조를 요청, 이들과 관계를 맺어온 남자들의 신원을 역추적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 전화방을 통해 원조교제를 하다 구속된 대학생 곽모(25.대구시 남구 대명동)씨의 경우는 상대했던 소녀들이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미성년 매매춘에 대한 일제단속을 펴면서 전화방과 자주 연결하는 소녀들의 명단을 확보, 이들을 상대로 남자들의 신원을 쫓았던 것.

이처럼 PC방.전화방 등을 통해 원조교제를 즐기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또 다른 부류들도 대다수가 같은 범행을 여러차례 시도하면서 인적사항이나 휴대폰 번호 등 자그마한 단서를 남겨 경찰 수사망에 걸려 들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성노리개로 삼았던 몹쓸 어른들 상당수가 지금 경찰의 이같은 추적방법이 알려지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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