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산문'이란 소설이라는 치밀하고 긴장된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여유있게 전개할 수 있는 글쓰기 영역이다. 문단의 중진작가들이 능란한 입심으로 풀어내는 산문은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다. 박완서.이문구씨 등 문단에서 알아주는 작가들의 산문선에서 문학의 또 다른 경지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글읽기의 큰 재미다.
작가생활 30년을 맞은 박완서씨의 산문선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가 세계사에서 나왔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문구씨의 산문선 '줄반장 출신의 줄서기'가 학고재에서 나란히 나왔다.
박씨의 산문선은 탁월한 리얼리스트이자 능란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삶과 문학이 가장 진솔한 모양으로 그려져 있는 글모음이다. 1977년에 발표한 첫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부터 90년에 펴낸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7권의 산문집 중에서 작가가 직접 추려낸 대표산문들이 담겨 있다. 산문들의 주제와 내용은 일상생활과 고향, 여행, 삶의 깨달음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화두아래 묶어 놓은 이 산문들은 작가의 개인적 흔적인 동시에 작가의 길을 걸어온 지난 30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 독자들은 신랄한 풍속화가의 붓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칠순을 앞둔 노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증언을 조용히 청취할 수도 있다.
'관촌수필'의 작가 이문구씨의 산문선도 보통사람들이 곰곰이 되새겨봐야할 소중한 삶의 가치를 전해준다. 하찮은 볏짚에서도 맑은 영혼을 찾아내 노래하고, 자연과 농촌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들려주는 '땅은 아무 편도 아니다'를 비롯 우리의 비뚤어진 정치.사회.문화 행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거품과 앙금', 작가의 문학관과 문학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소망을 담은 '나는 늘 남의 책이 커 보인다' 등의 제목으로 나눠 실었고, 금강산과 터키를 여행하고 쓴 기행문 등도 수록했다.
이 산문선은 단단하고 맵시있고 번쩍거려야 어울리는 세대와 동떨어진, 투박하고 어수룩한 모양새와 잿빛 태깔을 한 무표정한 질화로처럼 세상살이에 훈기를 불어넣어 주는 작가의 글쓰기를 재확인할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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