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인가?
누가 아빠를 죽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딸, 뒤늦게 성취욕에 빠져 외간 남자와 질펀한 외도를 즐기는 아내, 사표를 종용하는 회사, 40대에 돌아본 자기 인생은 비참한 실패작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미국의 아름다움이란 뜻의 '아메리칸 뷰티'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고급스런 장미'와 금발과 푸른 눈의 '미국 미인', '일상의 소박한 아름다움'. 영화에는 이들 세 가지가 모두 나온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하고 죽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평범한 40대 중산층 가장 레스터 버냄(케빈 스페이시). 깔끔한 정원이 있는 교외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아내와 딸이 있지만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회사에서도 외면당한다. 아내 캐롤린(아네트 베닝)은 최고급 장미를 키우며 걱정 없이 생활하다 뒤늦게 성취욕에 집착해 결국 외도까지 하고 딸 제인(도라 버치)은 엄마.아빠를 지독히 미워하면서도 가족이란 틀 때문에 억지로 살아간다.
어느 날 레스터는 딸의 친구인 안젤라(미나 수바리)에게 반해 삶에 대한 애착을 갖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자기를 되찾기라도 하려는 듯 회사에 사표를 내고 멋진 스포츠카를 뽑고, 젊은 시절 피운 대마초에 빠져들며 안젤라를 위해 멋진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기 위해 운동에 몰두한다.
'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도시 중산층 가족의 삶의 해체를 잘 그려내고 있다. 허무한 인생에 대한 성찰이 미국산 햄버거에 포장돼 갖가지 맛을 선사한다. 바스라진 꿈, 정신적 공황, 슬픔, 그리고 죽음. 시종일관 능청스럽게 깐 유머가 더욱 처연하다.
자위행위로 아침을 시작하고, 사춘기 소년처럼 딸의 친구에게 눈먼 아빠의 에피소드는 벼랑 끝에 매달린 한 남자의 슬픔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다. 장미와 미녀, 소박한 일상은 있으나 아름다움은 빠진 껍데기. 그러나 감독 샘 멘데스는 35살로는 놀라울 정도의 깊은 성찰로 '벼랑 끝에 핀 꽃'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비닐 봉지에서 아메리칸 뷰티를 발견한 것이다.
잘 짜여진 각본, 완급이 절묘한 구성, 치밀한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아메리칸 뷰티'는 수작의 틀을 갖추고 있다. 숨이 멎어버릴 듯한 블랙 유머에 가슴 졸이는 스릴까지 묻어난다. 케빈 스페이시를 비롯한 연기자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아네트 베닝의 연기는 일품이다.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독식했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주요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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