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7일 차기 대통령후보 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날 조선일보와의 회견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시켜 나로부터가 아니라 국민 지지를 많이 받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으며 그런 분이 후보가 되면 당연히 대통령으로서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의 '대중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이어 차기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민주주의 시장경제,생산적 복지라는 비전에 동의하고 △경제를 알고 경제정책에 큰 시야를 가졌으며 △민족의 운명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책임감을 가졌고 △국민을 하늘같이 존경할 사람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로 자민련과 국민에게 한 내각제개헌 약속파기를 공식적인 표명한 것이다. 공동정권 운영의 전제가 무너졌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미련을 가졌던 자민련으로서는 더욱 반발할 게 뻔하다. 자민련으로서는 홀가분한 입장에서 현 정부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
김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전 내각제개헌 불이행'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확실한 사과없이 그냥 어물쩍 넘어갔다. 되풀이되는 약속위반이란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둘째는 여권내 대권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는 계기를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다. 민주당내 차기 후계군으로는 이인제 선대위원장을 비롯 김근태 의원 그리고 대구.경북권의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 부산.경남권의 노무현 의원 등이 뛰고 있다. 이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 분명하고 김 대통령도 이를 잘 활용하자는 계산인 듯하다.
또한 잔여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다 이번 총선에서 어차피 민주당이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면 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민련과의 재결합은 불가피하다. 김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서 회견에서 "김종필 전 총리는 정말 훌륭한 분"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선거때문에 (공조파기) 그런다고 보지만 내 입장에서 공동정부를 깰 생각이 전혀 없으며 양당공조를 바꿀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셋째는 차기 주자는 자신의 정책을 계승해야 하며 또 자신이 선출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차기 대권 후보군들의 충성경쟁을 유도하고 또 그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여진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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