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이 빚어내는 스카이 라인. 도시의 풍요와 활력의 상징이다.
인구 250만명의 대구는 어떨까? 현재 역내 15층 이상 업무용 빌딩수는 19개. 여기에 3개의 대형빌딩이 또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이런 빌딩은 준공 자체로도 시선을 모았지만, 이젠 그저 범상한 일 중 하나가 됐다.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취약한 지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비약적 발전을 이룬 셈.
◈◈최근 10년새 비약적 발전
그렇다면, 과연 늘어나는 고층빌딩 수만큼 지역 경제 규모도 커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은 껍데기만큼 충실하지 못하다.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현상이 당장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90년대 초에는 가만히 있어도 입주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입주자가 있다는 정보가 나오면 빌딩마다 유치 경쟁을 벌이느라 한판 홍역을 치릅니다". 도시 규모에 비해 고층빌딩이 너무 많다는게 빌딩 임대 담당자들의 하소연인 것이다.
◈◈입주 자격 제한 수요적어
이런 현상에는 물론 대형 빌딩들의 특성도 한몫 한다. 그 규모가 클수록, 효율성과 가치 보전 목적에서 입주 업종과 임대평수(최소 80여평) 하한선에 제한을 엄격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한은 결국 수요자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사 지점, 대기업 지사, 그리고 정부기관 쯤 돼야 입주 자격을 갖게 되는 셈.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대구시내 대형 빌딩들의 입주율은 많이 낮다. 최근 준공된 교보빌딩의 경우, 지상 17층 공간 중 7개층이 비어 있다.
◈◈임대실적 대부분 바닥세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된 동양빌딩의 입주율도 60%를 겨우 넘어섰다. 1989년에 들어선 대구역 앞 대우빌딩 입주율 역시 85%에 머물고 있다. 오피스텔들도 비슷한 수준. 유독 입지조건과 생활조건이 좋은 삼성 금융플라자만이 96%에 이르는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대형 빌딩들의 입주율 사정은 그래도 요즘 들어 훨씬 나아진 편. 대우빌딩 관계자는 "IMF 이후에는 각 빌딩마다 썰물처럼 입주자들이 빠져 나갔다"며 "지난해 중반 이후 다시 입주자들이 증가세로 돌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한차례 입주 유치전 예고
그러나 지역 빌딩들은 또 한번의 입주 유치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준공을 앞둔 빅3 초대형 빌딩들이 대기하고 있는 탓. 옛 국세청 자리의 대우빌딩, 국채보상공원 옆 조선생명 사옥, 계산오거리 동아생명 사옥이 그것이다. 이들 건물은 골조와 외장 공사를 끝낸 뒤 모기업 부도 등으로 내장 공사만 남겨둔 상태.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3개 건물 모두 시공 보증사나 재인수 회사 등에서 공사 재개에 나설 것으로 보여, 내년안에는 준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건물이 입주자 유치전에 뛰어들 시기가 되면 빌딩에 따라 명암이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일부 건물이 입주율 감소와 특성 없는 다업종 유치 등 때문에 슬럼화 현상을 빚고 있다"고 했다. 또 "더 이상의 빌딩 신축은 힘들 전망이어서, 지금 있는 빌딩들이 최소한 5년 정도 더 현재의 스카이 라인을 유지하며 생존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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