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29일 주총을 통해 창립이래 최대 규모의 경영진 개편을 단행한 것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필요성을 그만큼 절실히 느낀 결과로 분석된다. 경영진에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이사회 제도를 개선한 것 역시 경영혁신에 대한 안팎의 요청에 부응한 조치로 평가됐다.
그러나 전문경영인 영입 같은 외부자극 없이 내부승진에만 의존함으로써 기대한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는 과제로 남게 됐다.
이날 경영진 개편규모는 사실 김극년 행장 확정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김 행장은 이달 중순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방문했을 때 경영진 대폭개편 요구를 강하게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이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둔감하다고 지적받았다는 것. 지난해 전국 은행들이 경영진 교체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지만 유독 대구은행만 임원 2명 교체에 그친 점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금융권 구조조정을 앞둔 대구은행으로선 '칼자루'를 쥔 이들의 얘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의 대폭 물갈이 요구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대구은행의 이번 경영진 교체는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김 행장의 선임을 통해 기존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안정성과 임원 대폭 물갈이를 통한 개혁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행장은 국내 최초의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장이란 점에서 원만한 노사관계라는 보너스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총 결과는 그러나 예견된 인사폭 이상의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쇄 인사이동을 포함한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은행장, 부행장, 부행장보 등 7명의 경영진중 4명이 물러남으로써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다. 은행 내부에서는 98년 상당한 규모의 적자발생과 정리해고 등에도 불구하고 99년 주총당시 임원 소폭교체에 그친 데 대한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이동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정급이었던 임원 보상체계를 기본급에 성과급 및 스톡옵션을 가미한 연봉제로 바꾸는 한편 성과급의 절반을 주식매입으로 돌리도록 의무화한 것과 경영성과가 나쁘면 퇴직금을 감액하는 불확정 퇴직금제 등을 도입한 것은 종전의 경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외부자극이 약했다는 점은 지적받을 대목이다. 노조가 요구했던 외부 전문가의 경영진 영입이 무위로 돌아가 조직의 벽을 실감케 했다.
이번 주총 결과가 무엇보다 주주 및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사인 주가부양으로 연결될지도 미지수다. 대구은행 주가는 은행 해명으로는 지방은행중 최고 수준이지만 반토막난 지 오래된 상태다. 은행주가 외면당하는 주식시장 대세를 뒤집을 능력을 갖춘 경영진인지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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