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김건신-대구지방보훈청장)

새 천년 처음 맞는 3·1절이다. 우리나라가 주권을 잃고 강대국의 속국으로 전락해 암울했던 것이 바로 지난 세기이건만 우리는 어느새 이 사실을 잊고 사는 듯하다.

3·1만세운동은 억압받던 민중의 힘이 조국 독립을 위해 하나로 표출된 위대한 민족운동이었다. 이 놀라운 애국심과 화합의 힘은 좌절하지 않는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세계 만방에 드러낸 장한 쾌거였다. 국권을 상실한 국민으로서 참을 수 없는 울분과 독립에 대한 열망은 잔악무도한 일제의 총칼앞에서도 두려움없이 맞설수 있게 했다.

선열들이 이렇게 나라를 구했건만 오늘 우리들은 선열들의 그 정신과 기상을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1세기 첨단정보화 시대를 맞아 전자매체를 매개로 새로운 체제가 빠르게 구축되고 사이버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이런 환경에서 개성과 물질문화만을 추구한 나머지 민족혼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대 흐름을 따라 새 기술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나 이같은 격변기에도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올바른 정신을 재정립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이다.

각 학교 졸업식에서 옷을 찢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장면은 많이 없어졌지만 대신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이고 이상야릇한 옷을 입은 졸업생들이 많았다. 또 졸업식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생략한 학교도 많았다고 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은 단순한 의식이라기 보다는 후손들이 이들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잊어서는 안될 덕목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만세를 불러야 하겠소"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손병희 선생이 거사를 앞두고 한 말이다. 당장 눈앞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먼 훗날의 조국을 생각하며 올바른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었던 선생님의 뜻 깊은 애국심을 3·1절을 맞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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