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의 역사는 6천여년이나 된다. 고대 바빌론의 해상무역업자들은 돈을 빌릴 때 배가 침몰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냈다고 한다. 당시에는 돈을 갚지 못하면 전주(錢主)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보험이다.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함께 각종 재난의 위험이 커지면서 그 종류도 다양해져 영국에서는 '여성의 순결 보장'이라는 보험까지 등장했다.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지능적으로 악용하는 보험사기 사건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보험금을 타내려고 자기 집과 가게에 불을 지르거나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주인공의 비극과 같은 정도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돈에 눈이 먼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자신의 멀쩡한 두 발목을 절단하는 사건 등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의사와 약사들이 환자나 보험 브로커들과 짜고 가짜진단서를 만들거나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내는 등 보험 사기에 가세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 충격을 안겨준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2개월간 보험 사기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의사 17명과 약사 1명을 포함, 모두 261명의 보험 사기범을 적발해 77명을 구속하고 18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쯤 되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 선서는 의사들의 양심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도덕가치를 표현한다. 하지만 의사들 가운데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저버리고, 동업자들을 형제처럼만 여기며 돈에 눈이 멀어 환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뒷전으로 밀어낸 경우가 있다니 기가 막힌다. 춘원 이광수(李光洙)는 '의사는 임상하여 환자의 병을 보고 약을 줄 때 안중에 돈을 두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의사를 존경한다고도 했다. 성서에는 '의사여, 자신을 고쳐라'라는 구절도 보인다. 인도에 어긋나지 않고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새삼스런 이즈음이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