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전어총 남북어업협력 합의 딜레마

정부는 전국어민총연합(전어총)측의 남북어업협력사업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실정법 위반과 이에 따른 후속 처리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즉 전어총의 실정법 위반을 처리하자니 한일 어업협정에서 어장 상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어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함은 물론 모처럼 성사된 남북간 어업협력사업이 무산되고 처리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남한의 각 단체에서 정부를 무시한 채 북측과의 접촉시도가 빈번해 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계당국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 관계자와 접촉, 어업 협력 합의를 이끌어 낸 전어총 관계자에 대한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우선 전어총이 관계당국의 승인없이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관계자와 접촉, 남북 어업협력사업에 합의한 것은 남북간의 어업협력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명백한 실정법 위반임을 밝히고 있다.

전어총은 정부의 북한 주민 접촉 승인 유보 결정에도 이를 무시한채 북측과의 약속 등을 이유로 접촉을 강행한 것은 현행 교류협력법을 어긴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현행 교류협력법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주민을 접촉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은 지난 97년 정부의 승인없이 베이징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부위원장을 만난 이유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결정을 무시한 전어총의 활동은 정부의 '햇볕정책'에 따른 교류·협력 활성화를 기회로 한건주의식 합의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있다. 자칫 정부와 민간을 분리시켜 갈등을 조장시키려는 북한의 숨은 의도에 말려들 소지가 없지 않다는 게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또 전국 연근해 오징어채낚기 연합회, 고성군 수협 등 강원도 지역 어민이 "원산 앞바다에서의 남북 공동조업으로 남한으로 회유하는 대부분의 어종이 싹쓸이돼 남한 어장만 황폐화 될 것"이라고 한 양측간의 합의에 반발하고 있는 사실도 정부에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다.

더구나 전어총과 민경련이 합의한 이번 남북 어업 협력사업은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 어민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남북간의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부산 일대의 어민과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어민들이 벌써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점이 처리 문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어총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일 어업 협정으로 잃어버린 바다를 북한 수역에서 어느정도 되찾을 수 있게 된데다가 북측이 필요로 하는 어업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 동해안 어민들은 이번 합의가 실행으로 옮겨질경우 남한 어장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전어총의 사업은 남북간 어업협력사업 합의라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부는 남북간 어업협력에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수산업협동조합, ㈜해주 등은 그동안 남한내 감척어선을 이용한 북한과의 공동어로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북측의 외면으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남한의 감척 어선을 이용해 북한 어장에서 고기를 잡고 이를 반씩 분배하는 것은 남북한의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전어총의 합의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던 남북간 어업협력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남북어업협력사업에 대한 긍.부정적 평가 속에 북한의 대남 민.관 분리의도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전국적 대표성을 가진 조직인 수산업 협동조합(수협)을 외면하고 전어총과 사업을 합의한 것은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남한사회내 균열을 조장하려는 북측의 속셈을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끝으로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남한사회 전체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남북간 어업협력을 살려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지만 북한과의 사업은 정부와의 협조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정부 당국자의 설명은 이 문제의 해법찾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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