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십년 가꿔 한순간 '초토화'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 수십년동안 애써 가꾼 산림 자원이 한꺼번에 소실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나 진화시설과 장비 등이 태부족해 조기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봉화군 석포면의 산불(피해면적 10㏊)을 비롯 올들어 2일 현재 경북 21건(피해면적 33.55㏊), 대구 5건(〃 1.47㏊) 등 전국적으로 모두 145건의 산불이 나 146.22㏊의 산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해동안 315건(피해면적 427.79㏊)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건수로는 46%, 피해면적으로는 34%에 달한다.

올해 발생한 산불의 원인별로는 실화 61건(42.1%), 논밭두렁 소각 21건(14.5%), 담배불 실화 16건(11%), 쓰레기 소각 12건(8.3%), 어린이 불장난 8건(5.5%), 성묘객 실화 3건(2.1%), 기타 24건(16.6%) 등으로 입산인구의 증가가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최근 산불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데다 기온상승으로 산불시기가 빨리 도래하고 계절풍이 겹쳐 동시다발로 발생, 임도시설 및 사방댐(취수원) 부족 등 진화기반시설 미약과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초기 진화가 어려워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헬기를 이용한 진화 의존율이 90%를 넘어서고 있으나 현재 산림청 보유 헬기는 모두 32대 뿐으로 절대 부족해 산불의 초동진화가 사실상 어렵고, 이마저 강풍과 야간 산불시 진화를 할 수 없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봉화군 석포면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도 신고를 받은 경북도에서 산림청에 헬기를 요청한지 40분~1시간여만에 도착하는 바람에 초동진화가 늦어진데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헬기가 진화작업을 펴지 못해 피해면적이 늘어났다.

또한 산불진화를 위한 임도와 사방댐 부족도 피해가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의 경우 우리나라는 산림 1㏊당 2.2m에 불과해 일본의 5m, 독일의 42m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산불을 끌 수 있는 사방댐도 전국에 820개 정도로, 적정규모인 2천600여개에 비해 3분의 1정도에 불과한 실정.

이밖에 산불진화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다. 현재 산림청 산하에 전국적으로 지상진화대 850팀 2만4천여명과 공중진화대 5팀 40명이 있으나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공익근무요원과 공공근로사업자, 현지 주민 등을 동원하고 있어 적극적인 산불진화 활동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예방과 신속한 진화를 통한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입산객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소방헬기와 산불진화 전문조직의 보강 및 내실화, 장비 확충 등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봉화·金振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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