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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대중문화)

대중문화가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적 영향의 기초가 된다. 그것은 우선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주체와 소비하는 주체가 분리되어 있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대중문화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단순하게 소비하기만 하는 대중은 항상 수동적인 위치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의 분리를 통해 대중문화는 결국 소비자의 피동성을 조장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중문화는 소비자의 주체적인 반응보다는 자동화된 반응을 유발시킨다. 또한 대중문화는 현실의 모순과 갈등이 제거된 단순한 오락을 대중들에게 제공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여, 정신적으로 현실도피를 조장한다. 이는 대중문화의 소비자가 자신들의 실제 삶을 대중문화의 허구적인 상황에 집어 넣고 만족할 뿐, 실제의 현실에 대해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삶의 비현실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행사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소극적인 방법과, 대중문화의 내용을 통해 교화를 꾀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그것이다.

우선, 첫째 방법은 대중문화의 심리적 영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심리적 영향의 기초 위에서 행사된다. 대중문화는 대중들에게 쾌락적인 대리만족을 제공함으로써, 대중들이 현실의 모순과 문제점에서 눈을 돌려 무관심하게 만든다. 이것들은 필연적으로 수용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며, 비판 의식의 마비를 초래한다. 그 결과,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은 정치적 조작에 휘말리기 쉬운 아주 미약한 존재로 남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대중문화의 대리적.쾌락적 경험에 마취되어 현실에서 도피하게 됨으로써, 소외를 제거할 수 있는 수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외를 의식하게 될 가능성까지도 상실하게 된다. 그것은 결국 현실에 대한 순응.체념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다른 한편, 대중문화의 폭력적인 내용은 대중이 사회 체제에 대해 갖는 적개심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게끔 폭력의 대리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대중들의 행동성을 제거한다. 현사회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황과 질서에 순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 대중문화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대중문화는 그 내용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이데올로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선, 대중문화를 정치적·경제력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회계급이 대중문화를 통해 잠재적인 형식으로나마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뉴스나 정치적 의견이 정치적.경제적 질서를 직접적으로 표명하는 것인 반면, 오락의 형태를 띤 대중문화는 정치적.경제적 질서를 간접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오락의 형태를 띰으로써 그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든다. 그 때문에 대중문화는 좀더 교묘하고 내밀한 교화 수단으로 작용한다.

한편, 대중문화는 현실을 허위로 재구성하여 대중문화의 내용 속에 삽입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즉, 현실을 이상화하거나 갈등이 없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다시 조립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왜곡된 현실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중문화의 내용은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 결과만을 다룬다거나, 집단적 차원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식으로 현실의 모순과 문제점을 은폐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 본 대중문화의 영향에 대한 설명은 전통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것이라고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대중이 문화에서 정신적 도피처를 발견한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적극적인 역할을 인정하는 경우, 대중문화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설명은 일면적일 수 있다. 대중은 자신의 입장에서 별다른 비판 없이 대중문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대중을 주어진 문화를 그대로 수용하기만 하는 철저히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한다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중의 주체적 가능성을 부정한 채 필연적으로 비관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대중은 주어진 대중문화의 전언(傳言)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대중문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이는 대중 자신이 대중문화에 무비판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제 삶과의 관련 속에서 대중문화의 내용에 주체적으로 반응할 때에라야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삶과 일부가 되어 버린 대중문화를 무시하고 살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중문화가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대중문화의 부정적인 속성을 경계하면서도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해 내는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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