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화할까. 우주의 기원과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법한 물음이지만 아무도 완벽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질문들. 경북대 물리학과 손동철(孫東哲·48) 교수는 이같은 궁극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방법으로 고에너지물리학을 선택했다.
"고에너지물리는 쿼크 등 기본입자의 성질과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속기를 이용해 아주 높은 에너지로 입자를 충돌시킨 뒤 새로 생겨나는 입자를 찾고 물리적 성질을 조사합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생성, 소멸하는 입자를 찾기 위해 검출기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 숨어있던 입자나 현상을 찾아내는 것이죠"
아주 빠른 속도로 전자나 원자핵, 쿼크들을 충돌시키면 소립자의 내부구조와 상호 작용을 알 수 있다. 초고에너지 상태의 입자 충돌을 통해 우주의 생성, 즉 빅뱅(Big Bang) 이후 1천억분의 1~1조분의 1초 사이의 극히 짧은 시간동안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우주가 성장하는 모습과 이후 1천분의 1초까지 물질이 생겨나는 모습을 연구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심과 궁금한 점이 많았어요.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 봐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 투성이였습니다. 물리를 공부하면 철학과 수학, 그리고 관련 분야를 모두 알 수 있을 것 같아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죠손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시절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거의 독학으로 공부하다시피 했다. 당시만 해도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 미국 유학길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유학은 그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우주와 물질의 근원에 대한 지적 갈증을 느끼던 그는 곧바로 고에너지물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미국 유학시절 페르미연구소에서 경험한 중성미자와 양자, 중성자의 충돌 현상은 아직도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다.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시카고의 겨울 추위 속에 걸어서 수km 떨어진 연구소 도서관을 찾아 새로 발견된 쿼크에 관한 논문을 밤새 뒤지며 고에너지물리에 대한 학구열을 불태웠다. 입자간 충돌과 붕괴를 눈으로 직접 확인 측정하고 컴퓨터로 분석한 뒤 매년 3~4회씩 미국물리학회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5~6편씩 논문을 써내기도 했다. 82년부터 컬럼비아대에서 연구과학자로 근무하던 중 국내에선 여전히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던 고에너지물리를 일으키기 위해 과감하게 귀국을 결심했다. 85년 귀국하는 해부터 일본에서 새로 지은 당시 최고의 에너지 가속기를 가진 츠쿠바 고에너지물리연구소(KEK)에서 실험을 시작하고 이후 미국 브루크헤이븐 연구소 방문연구원, 스위스 유럽입자물리공동연구소(CERN) 방문교수로 활약했다.
최근엔 우주공간에서의 고에너지 물리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98년 발사된 디스커버리호에 실렸던 반물질검출장비는 손 교수의 작품. 아울러 2005년 우주정거장에서 사용될 새로운 반물질탐사장비를 개발 중에 있다. 덕분에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인물이다.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15편. 그의 논문 내용이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는 3천700여회에 이른다. 인용횟수 50회를 넘는 저명 논문만 모두 16편.
손 교수의 연구팀 역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사뮤엘 팅 교수와 함께 10년 전부터 국제공동연구를 하고 있으며 독일, 스위스,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세계 최고 에너지에서의 새로운 실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실험 목표는 "왜 일부 기본입자가 질량을 가지면 다른 것에 비해 수백만배 씩이나 무거워질까"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힉스'라는 입자를 찾는 것. 거대한 가속기를 이용하는 것부터 우주 탄생 시절부터 남아있는 초고에너지 우주 상태의 흔적인 우주선 입자를 관측할 수 있는 검출기를 개발하는 방법까지 동원된다.
때문에 손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물리학적 지식 뿐 아니라 실험기기를 설계, 제작, 운영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가 최근 경북대 전자계산소장을 역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78년부터 고에너지물리에 필요한 자료분석과 기기자동 제어, 그래픽, 네트워킹 등을 처리하는데 누구보다 많은 작업을 해 왔다. 항상 새로운 기술 제품을 도입했고,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기술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실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개발했다. 때문에 컴퓨터에 있어서 만큼은 웬만한 전문가 못잖다고 인정받고 있다.
"물리학은 자연의 신비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스케일이 큰 물리학을 원한다면 고에너지물리를 한번쯤 생각해 보십시오. 2, 3년에 한번 꼴로 이 분야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노벨상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고에너지물리란 뜻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대한 희망이 있으며, 장래가 약속되어 있습니다"
金秀用기자
△1975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 졸업
△1982 메릴랜드대 박사학위(고에너지물리 전공)
△1982~85 컬럼비아대 연구과학자, 코넬대 방문연구원
△1985~현재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
△1989 미국 국립 브루크헤이븐 연구원 방문연구원
△1993 스위스 유럽입자물리공동연구소(CERN) 방문교수
△1994~96 경북대 기획연구부실장
△1996~98 경북대 전자계산소장
△1996~99 사단법인 대구경북종합정보센터장
△1998~99 한국가상대학연합 기획위원장
△1998~현재 경북대 고에너지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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