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미국 대사관의 4.13 총선전망이라는 보고서 '인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며칠전 여당인 민주당 대변인은 "서울 외교가에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전망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야권 분열로 유권자들이 정치적 안정을 희구하고 있으며 안정론이 야당의 견제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고 말했다. 곁들여 여당핵심인사는 "1주일에 한번씩 본국에 정치동향보고를 하는 미국 대사관측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안다"고 추가 설명을 했다. 물론 미국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보고서가 있었느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미국 대사관의 입장으로서는 외교방향 설정을 위해서도 당연히 그러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그런 보고서를 야당도 아닌 여당이 선거에 이용했다는 데 있다. 미국 이라는 높은 신뢰도를 이용하여 선거의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것은 선거에 좋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좋고 나라 체면이 구겨져도 좋은 것인가. 이렇게 되면 미국은 본의 아니게 내정간섭 혹은 집권세력 편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물론 미국 대사관측은 '그런 보고서를 만든 일 조차 없다'고 부인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집권당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선거혁명을 내걸어놓고 또 야당보고 흑색선전을 한다고 비판하면서 여당은 흑색선전을 한 것이다. 선거라면 무엇이라도 해도 좋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특정 대사관을 지칭한 적이 없다'든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도의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형식상으로는 미국은 그런 보고서를 만든 일조차 없다고 했으니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판단 한다면 그런 보고서는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 대사관측은 우방국인 우리나라의 선거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게 하는 측면에서도 더욱 자료의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찮아도 선거전 양상이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흑색선전, 돈선거, 지역감정 부추기 등으로 혼탁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 대사관까지 끌어들인다면 이번 선거의 혼탁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로 선거에 임한다면 이 나라의 정치개혁은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의 사태는 법 이전의 윤리와 도덕과 자존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도 유권자만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의 몫이 어느 때보다 커진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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