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월27일 OPEC회의 시선 집중

걸프전 이후 9년만에 배럴(158.9리터) 당 30달러를 돌파하며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원유 가격에 전세계가 숨 죽이고 있다. '3차 오일 쇼크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있을 정도. IMF의 질곡에서 갓 벗어나 재도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미국·일본 같은 석유 수입 선진국 사이에서도 심각하다.

△긴박한 움직임=이달 27일 빈에서 열릴 석유 수출국 기구(OPEC) 각료회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일년간의 원유 생산량 감축 시한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 그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 어쩔 것인가에 대해 그 자리에서 회원국 간에 의견을 나누게 되기 때문이다.

빌 리처드슨 미국 에너지 장관이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노르웨이·멕시코·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을 돌며 원유 증산을 촉구한 것은 석유 수입국들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주요 산유국들이 국제 유가를 25불 선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석유 증산의 필요성을 인정할 뿐, 구체적 증산 시기·규모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석유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미국 리처드슨 장관에 따르면, 현재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7천500만 배럴이지만 공급량은 7천3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것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OPEC가 작년 3월부터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그때 OPEC 회원국들이 생산을 줄인 원유량은 하루 431만6천 배럴이다.

△전망=OPEC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얼마 만큼 회복시키느냐가 유가안정에 핵심인 셈이다. 석유 증산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사우디 아라비아, 베네수엘라·멕시코 3개국 조차 구체적 증산 규모에 대해서는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이 하루 120만 배럴 정도의 생산량 확대에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뿐. 그러나 이 예상이 적중한다 하더라도, 수입국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란·알제리·리비아 등 OPEC 강경파 회원국들은 "북반구가 봄을 맞아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4월에 증산이 이뤄지면 재고량이 증가, 유가 폭락의 우려가 있다"며 증산 계획에 반발, 2/4분기 생산량 확대 조차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원유 증산이 3/4분기로 미뤄질 경우, 불안한 유가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다른 선택이 없다면 5억6천9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 중 일부를 방출할 수도 있다"며 OPEC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석유 수입국과 OPEC 회원국들은, 오는 27일 빈 OPEC 각료회의 때까지 지루한 '샅바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石珉기자

◈오일쇼크 일지

△1차 오일쇼크=73년 10월. OPEC 6개국이 이스라엘의 아랍 점령 지역 철수 및 팔레스타인 권리 회복을 요구하며, 배럴당 3.02달러였던 원유 가격을 3.65달러로 올리면서 시작됐었다. 유가는 74년 1월 배럴당 11달러 65센트까지 폭등했었다.

△2차 오일쇼크=78년 12월. OPEC 회의에서 배럴당 12.70달러의 유가를 단계적으로 14.5% 인상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하던 이란이 원유 수출을 전격 중단함으로써 발생했었다. 1차 오일쇼크 후 10달러 선이던 유가가 20달러를 넘어섰고, 현물시장에서는 무려 40달러까지 폭등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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