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는 나뭇잎 하나라도 내 명령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철권을 휘두르던 칠레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4)가 영국서 연금된지 503일만인 3일 귀국했다. 그의 귀국을 두고 칠레의 군부를 비롯한 지지 세력들은 '돌아온 영웅'으로 환호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과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피노체트 같은 반(反)인류범죄자를 석방하는것은 인권의 대의명분을 저버린 처사"라고 통탄하고 있다.피노체트는 평소 쾌활하고 유머가 넘친데다 자상해서 인자한 이웃집 노인을 연상케 한다. 그렇지만 그는 정적들에겐 냉혹무비하기 이를데 없다. 1973년 온건사회주의자인 아옌데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한 이래 물러날 때까지 '35가지에 이르는 갖가지 고문'으로 3천명을 살해하고 10만명을 불구로 만든 장본인이다. 전세계가 히틀러 이후 최대의 인권탄압자인 피노체트가 어떻게 심판 받을지 숨죽여 지켜본 연유도 이 까닭이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피노체트가 98년10월 신병치료차 영국에 들렀다가 체포되자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이 그가 저지른 반인류적 범죄를 재판하겠다고 나섰다. 스페인이 피노체트 송환을 주장한 것은 칠레에 살고있는 스페인 사람 200명이 피노체트에게 학살당했기 때문에 재판관할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도 마찬가지 주장이다. 이에비해 칠레측은 스페인이 재판관할권을 주장한것을 두고 "중남미 국가를 사법적으로 스페인의 식민지화 하려한다"고 비난하고 "칠레국민은 칠레정부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나라간에 얽히고 설킨 관할권 싸움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떻든 피노체트를 체포한 영국마저도 사실상 피노체트가 포클랜드 전쟁 당시 남미 국가로서는 영국으로 지지한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번에 그를 석방했다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게다가 세계의 대형(大兄)을 자처하는 미국마저도 피노체트 석방을 지지하고 있어 피노체트 학살 유족을 비롯한 세계의 양심세력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 안타깝다. 피노체트의 귀국은 과연 인권보다 국익이 우선인가를 우리에게 다시한번 묻고 있는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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