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봄이 오면

'도란도우(道蘭都友))'거리공연을 두 달이나 쉬었다. 날이 풀리면 하자고 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는 피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도시가 갑자기 산이 되고 들이 되지는 않는다. 아파트에 들어오는 햇볕이 달라진다. 그저 그게 고맙다. 봄날 점심을 때우기 위해 마당이 있는 한 식당을 찾으면 좋다. 난 마당에 들어와 있는 햇빛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내 눈꺼풀을 살풋이 내려앉게 한다. 그 몽롱함이 좋다.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연과 깊은 교감을 나눌 때 우리는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도시에 남아있는 자연은 우리로 하여금 살아있음을 자극받을 만큼 흥분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나도 도시에서 자란 터라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는 가로수의 낭만적인 풍경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애잔할 뿐 우리를 감격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 그 때문인가? 도시의 문화는 피와 벌거벗은 몸에 굶주려 있는 듯하다.

단언컨대 지금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감격스러울 수 있는 자연은 사람이다. 땅은 덮여있고 하늘은 조각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보면, 주말이면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량의 행진이 차라리 아귀다툼으로 보인다. 지금 주목해야 하는 건 일상의 행복이다.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그리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만나는 것은 간판들의 아우성이다. 그 잠시의 휴식 가운데 골목에서조차 차를 피해 다니기보다는 노래와 춤과 환상적인 구경거리를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생기넘치는 인간의 몸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자연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봄이 오면 거리와 공원에서 춤추고 노래하자.

마임연·왜관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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