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제의 정치 동지 외나무다리서 만나

정치를 택할 것인가, 신의를 지킬 것인가.

이수성 민국당 상임고문이 지난 3일 고향인 칠곡으로 지역구 공천을 받게 됨에 따라 이 곳에서 표밭을 다져 온 장영철 민주당 의원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장 의원은 특히 지난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고문 캠프를 사실상 주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두 사람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실제로 장 의원의 국민회의 입당 등 정치적 행보에는 어김없이 이 고문의 의중이 실려 있을 것이란 관측이 뒤따랐을 정도다.

같은 맥락에서 이 고문의 정치활동 재개 이후 지역구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됐음에도 칠곡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구 쪽을 택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이 고문 역시 장 의원이 이미 출마키로 한 점을 의식, 수차례나"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이곳에선 정치를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장 의원도 그동안 이 고문 출마설에 대해"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때문인듯 장 의원은 4일"사전 양해도 없이 이렇게 할 수 있는가"라고 격한 감정을 표출한 뒤"출마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사실 그의 고향이 칠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고문은 이날 곤혹스런 표정으로"어젯밤 늦게 통보받았다"며"칠곡 공천 문제를 재조정해 봐야겠다"고 후퇴했다.

이 고문은"정치에 뛰어든 게 의원이 되겠다기 보다는 나라를 편하게 하겠다는 심정에서였고 당초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구 후보중 당선안정권 이후로 올려주도록 부탁했었다"며"당인으로서 당명을 어기기도 쉽지 않은 처지"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 앞서 이 고문의 측근들이 대구보다는 현실적으로 칠곡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물론 두 사람의 관계를 감안, 이 고문이 공천을 받게 되면 장 의원이 결국 지역구 출마를 거둬들일 것이란 기대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이 고문 측은 이번 공천발표를 통해 장 의원 측의 향후 대응방향을 일단 타진해 보겠다는 선수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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