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문화-게임의 세상

'쌈장의 전설은 영원하다'

코넷(Kornet) 아이디(I.D) 쌈장(Ssamjang)으로 CF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프로게이머 이기석(21). 그는 오후 1시에 출근(청오정보통신)한다. 일이라고는 오후 8시까지 줄기차게 게임을 즐기는 것 뿐이다. 한달 수입은 250만원에서 300만원. "게임에 빠져 공부는 언제 하냐?"라는 엄마의 구박을 받으며 명멸(?)한 수많은 게임 마니아들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게임만 잘해도 대학 간다''뭐든 한가지만 잘 하면 된다'는 말은 벤처의 뉴 프론티어 정신을 독려하는 말이다. 과거라면 생각도 못할 일들이다.

사이버 문화는 컴퓨터 오락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0년대 오락실에서 '갤러그''벽돌깨기' 등 전자오락으로 시작된 컴퓨터 게임은 90년대 들어 급속히 발달하면서 286컴퓨터의 보급을 앞당겼다.

문명은 작용과 반작용의 역사다.

인터넷이라는 '신세계'가 단순한 '벽돌깨기' 게임에서 시작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것은 비디오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음란물이라는 사실과 유사하다. IMF 사태 이후 불황에 허덕이던 PC 업계를 살려낸 것도 다름 아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었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1천개 중 하나가 999개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도 컴퓨터 게임을 두고 나온 말이다.

컴퓨터 게임은 오락을 뛰어넘어 전략과 전술, 다양한 문명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어떤 매체도 선사하지 못한 상상력과 환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중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IMF 한파에서도 10만 카피 이상 판매되며 컴퓨터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방 점유율 90%를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전략 게임들이 고작 두 팀으로 나눠 전투를 치르는데 비해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 등 세 종족이 등장한다. 저마다 독특한 성질을 갖고 수많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2,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툼레이더, 퀘이크 등과 함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속한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게임과 문명에 대한 이해를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게임이다.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를 게임에 옮겨 놓은 것이다. 시대에 맞춰 건물을 짓고, 자원을 모아 문명을 발달시켜 나가는 게임이다. 제작사인 마이크로 소프트는 '에이지 Ⅰ'에서 조선을 일본의 하수(下手) 종족으로 그렸다는 지적에 따라 '에이지 Ⅱ'에서는 아예 조선종족을 삭제해 비난이 일기도 했다.

과거에는 컴퓨터와 일 대 일 게임이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여러 게이머들과 함께 즐기는 쌍방향 게임으로 '진화' 했다.

배틀넷은 스트크래프트로 인해 빛을 발하는 게임 네트워크다. 배틀넷에서 스트크래프트 1위가 우리나라 사람(신주영)이란 것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머드(MUD·Multi-User Dungeon)는 많은 사람들이 동일공간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채팅을 하듯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여기에 3차원 그래픽 옷을 입힌 것이 그래픽 머드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구려 배경의 '토종' 그래픽 머드 '바람의 나라'. 개성이 있는 64개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만화처럼 말풍선을 통해 대화해가면서 게임을 잘길 수 있다. 몇 년전 '바람의 나라'에서 만난 남녀 게이머가 실제로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드 게임의 경우 중독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라는 어리석은 물음이다.

특히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 문을 여는 컴퓨터 게임방의 경우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構築·원래는 쫓아낸다'는 뜻의 驅逐)'하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문서 전송, 인터넷 검색 등이 게임방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의 네트워크 게임을 위해 생겨난 게임방이 정보통신의 '모세혈관'이 되고 있는 것. 게임방의 성공사례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도 전파돼 한국형 게임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게임방은 단순한 게임을 떠나 사이버 문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의 세계는 곧 네티즌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金重基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