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法보단 국민심판에 맡겨야

검·경, 선관위, 시민단체가 나서 '지역감정발언'과의 대대적인 전쟁에 나섰다.

최근의 지역감정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져 가면서 이대로 가다간 선거가 끝나면 나라가 지리멸렬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게 국민들의 심정이다. 이 지역감정의 저변엔 사실상 지역민들의 '지역애착'이 깔려있기에 그 순수성이 인정되며 그건 때에 따라선 경쟁의 원리로 작용, 발전의 디딤돌이 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감정 발언은 완전 '죽기 살기요' '막가파식'이다. 무슨 수를 쓰든 당선만되면 그만이지 그 뒤는 모르겠다는식의 무책임까지 엿보여 그야말로 '정치인의 저질'의 극단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결국 선거가 끝나면 지역의 골은 그만큼 깊어지고 그 피해는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돼 있는게 망국적 행태이다. 그렇다고 지금으로선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검찰이 보다못해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전국 공안검사 회의석상에서 검찰총장은 비록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물론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로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발언을 놓고 그냥 있을 수 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정서적으론 망국적인 이 발언이 법적으로 따질땐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이런 걸 예상한 김대중 대통령이'지역감정 금지법'을 제정할 움직임도 보였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조항은 선거법 상의 상대후보 비방죄나 허위사실유포죄 또는 형법상의 친고죄인 명예훼손죄로 다스리는 게 고작이다. '지역감정발언'을 놓고 법적잣대로 따져보면 법적 구성요건상 이리 저리 빠져나갈 여지가 많은 게 또한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위반자 79명 중 결국 6명만 기소됐지만 그 중에서 선고유예나 무죄를 받은 게 4건이고 2건만 벌금 80만원과 실형이 선고될 만큼 법원의 유죄판결을 얻어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검·경은 단속의지의 천명으로 '위축 분위기'정도로 유도함이 옳을 듯 하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검찰이 또다시 '야당탄압'이나 정치간여라는 또다른 편파성이나 오해에 휘말릴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선관위는 계속 당 지도부나 후보 개개인에게 경고를 보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된다. 더욱 효과가 큰 건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낙선운동과 유권자 의식운동일 듯 싶다. 결국 최종 심판자인 국민들에게 호소, 저질 지역감정유발자는 반드시 떨어진다는 걸 단 한번이라도 보여줘야 만 비로소 이 '망국적 병'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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