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은 5일 기독교 2000년 역사를 통해 교회가 인류에게 범했던 각종 과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건을 발표했다. '회상과 화해-교회의 과거범죄'라는 제목의 40쪽 분량인 이 문건은, 피로 얼룩진 십자군 원정, 유태인 탄압, 중세의 각종 고문형, 신대륙 원주민 학살 등을 정리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2일 바티칸 미사에서 이를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다음은 내용 요약.
△피로 점철된 십자군 원정=1095년 교황 우르반 2세의 칙령에 따라 시작된 십자군 원정으로 많은 유태인 및 회교도들이 학살 당했다. '성지회복'이라는 종교적 명분 뒤에는 불순한 동기들이 숨어 있었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윤 많은 무역로를 통해 부를 축재하려 했고, 가난한 병사들은 동양에서 한몫 잡을 기회로 삼았으며, 교황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
첫 원정에 나선 1천500명의 십자군은 4년간 7만명의 예루살렘인들을 학살하고 약탈했으며, 이로 인해 예루살렘 거리는 발목까지 피가 넘쳤다. 영국의 교회 사학자 폴 존슨은, 십자군 원정이 기독교-회교 사이의 평화적 공존 기회를 영영 잃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대인 박해=교회는 수십년 전까지 공공연히 반유태주의를 표방했다.예수를 죽였다는 이유로 초기 기독교도는 유태인을 원수처럼 여겼다.4세기 교부 크리소스토머스는 유태인들을 '백정'이라고 부르고 영원한 저주를 내렸다.
교회의 유태인 탄압이 본격화된 것은 11세기 십자군 원정 때부터였다. 이후 유태인들은 희생양으로 가장 많이 이용됐으며 루터 조차 유대인들을 "사악하고 독살스런 뱀"이라고 묘사했다. 교회의 가장 고통스런 과거는 나치에 의한 유태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다.
△가혹한 형벌=중세에 신앙의 순수성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자행된 각종 고문형은 교회 역사의 가장 어두운 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12세기에 로마 황제 프레데릭 2세가 화형을 도입했고, 교황 이노센스 4세는 1252년 신앙 고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고문 사용을 승인했다.
15세기 유행처럼 번진 마녀 화형식은 이후 100년 동안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는 이 고문형이 19세기가 돼서야 공식 폐지됐다.
△신대륙 무차별 학살 방조=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이듬해인 1493년, 교황 알렉산더 6세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신대륙 정복 활동을 옹호했다. 정복자들은 대대적인 원주민 학살극을 벌였으며, 교회로부터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도미니크와 프란체스코파 수사들은 원주민들을 강제 개종시키는 선봉 역할을 맡았으며 학살 때문에 16세기 멕시코 원주민 수는 1천5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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