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일 동진외교 가속화

美이어 제2 중재자 자임

동서 통일 때부터 거대 세력으로의 부상 가능성을 주목 받았던 독일이 실제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베를린 천도 이후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 기구(나토)의 동유럽 확대를 주도하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이 중동 지역을 순방하며 군사적 협력 관계를 모색한데 이어,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방문하는 등 중동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방문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 또 지난해 9월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베를린 천도 직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했으며,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도 곧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6일부터 이틀간 이란을 방문한 것은 독일의 중동 외교 강화 목적과 이란의 대서방 접근 정책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동과 이슬람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를 중시해 왔으나, 1979년 이란 회교혁명 이후 이란의 대(對)서방 적대 정책으로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최근에는 이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독일 기업인 헬무트 호퍼를 이란 정부가 억류한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호퍼가 석방되고 2월18일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개혁파가 승리함에 따라 개혁 성향의 하타미 대통령 정부가 좀 더 과감한 개방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양국 관계 개선의 호기를 맞고 있다. 피셔 장관은 이달 말 혹은 다음달로 예정된 하타미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쌍무 현안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피셔 장관의 이란 방문 중 이란은 경제분야에 대한 협력 뿐 아니라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레바논내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 포로교환 문제를 독일이 중재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 죄과, 2차 대전 패전국의 멍에 등을 안고 있는 독일은 그 동안 국제 외교무대에서 소극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유럽통합이 완성되는 시점과 맞물려 전후세대가 독일 정치를 이끌어 가게 됨에 따라 외교에서도 제몫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 외교에서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독일의 외교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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