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5때 공산군에 왜 대항했나

지난번 부여 발언으로 지역감정에 불을 질렀던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이번에는 색깔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보문제에 불을 댕겨 보수 부동층을 끌어안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김 명예총재는 6일 강원 홍천.횡성지구당 후원회에서 "해방후 신탁통치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을때 찬탁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지도층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전통적 보수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강원도 지역에서 있었다는 점 때문에 김 명예총재의 이 발언은 충분히 계산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은 자칫 김 명예총재가 진부한 안보논리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도 충분히 있다.

김 명예총재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친북 발언을 한 장관이 있었다는 말도 했다. "조금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어떤 장관이 됐는데 서슴없이 '1950년에 공산군이 쳐들어 왔을때 왜 대항했느냐, 통일의 기회를 잃었다'고 해서 이 사람 안되겠다 싶어 경질하도록 야단치고 했다"는 게 김 명예총재의 발언이다.

발언의 요지를 되짚어 볼 때 자신이 장관을 경질할 위치에 있었고 지목된 장관은 현정권에 몸을 담고 있는 인사라고 관측됐다.

그러나 김 명예총재 측은 발언의 파문을 의식한 듯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신탁통치에 찬성한 사람에 대해서는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고 했고 6.25 관련 장관도 "현 정권 사람이 아니다"며 발뺌을 했다. 이덕주 공보특보는 이와 관련 "김 명예총재는 6.25관련 장관은 현 정권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며 비켜 갔다.

그러나 찬탁인사와 관련해서는 김 명예총재가 발언 도중 왼쪽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기 때문에 현 정권 핵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김대중 대통령을 지칭했거나 서영훈 대표 등 민주당 재야출신들을 겨냥했다는 관측이다.

김 명예총재가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여권에 직격탄을 날리자 민주당은 불쾌한 반응이다.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골동품을 뒤져서 꺼내 놓으면 팔리느냐, 자민련도 팔리는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또다른 관계자도 "지난 95년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재미를 본 JP가 또다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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