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민국당 "우리가 영남 적자"

민국당 김윤환 최고위원이 제기한 '영남정권 재창출론'이 대구.경북지역에서 한나라당과 '영남 주체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영남지역 또는 대구.경북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주도세력이 누구인가, 즉 정통성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나라당의 중심세력은 대구.경북이며 자신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임을 강조한다. DJ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도 자신들임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떨어져 나간 민국당 인사들이나 여타 세력들은 낙오자들일 뿐 결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7일 오전 조찬 모임을 가진 대구지역 한나라당 공천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기로 했다. 맞불을 놓을 경우 민국당에 대한 지역의 관심도만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강재섭 지부장 등 참석자들은 "총선 득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이슈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이들은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맥을 잇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며 결국 자신들만이 지역의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정치세력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총선이 끝나면 자신들이 한나라당의 주체세력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5일 대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더이상 대구.경북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며 이 총재가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충청도 출신인 이 총재를 내세운 한나라당이 영남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될 수 없고 정통성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영남후보, 영남정권론을 주장했다.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집단 형성을 위해 정당의 경계를 넘어 대구.경북의 구 민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 세력의 재결집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 내 지역인사들이 주장하는 'TK=한나라당 중심'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역을 술렁이게 한 공천에 대해서도 눈치만 보며 단 한마디 못한 사람들이 무슨 수로 이회창씨 1인 정당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말인가"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더이상 대구.경북 세력이 중심이 된 정당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결국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번 선거판을 좌우할 최대 이슈가 지역감정 내지 지역주의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펼칠 치열한 영남 주체 논쟁은 지역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갈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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