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佛방문 성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인 프랑스 국빈방문을 통해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제의에 합의를 도출하고, 대규모 민자유치를 이끌어내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에 프랑스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표명을 얻어내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통령은 7일(한국시간)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해 프랑스가 적극 투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프랑스측은 적극적인 동참의사 표명과 함께 민간기업을 통한 21억달러의 직접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특히 비벤디 그룹 등 프랑스 기업들의 투자방식은 차관이나 간접투자 방식이 아니라 한국에 직접 SOC투자를 한 뒤 일정기간의 운영을 통해 이익금을 실현하고 나중에 소유권을 되돌려주는 이른바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냐하면 투자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없는데다 우리의 자금부담없이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며, 선진기업의 경영.관리기법을 배운 뒤 소유권을 인수받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의 하수처리시설이나 교량 건설에 BOT방식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는 전례가 없는 성과"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김 대통령의 또 다른 외교적 성과는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확고한 지지를 약속받았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및 조스팽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햇볕정책의 성과를 설명한 뒤 북한이 남북대화와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유도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프랑스 지도부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프랑스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대북 관계개선에 우리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남북대화에 건설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대북외교를 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점도 주목된다.

외교력이 있는 프랑스가 한국의 대북정책이 성공되도록 노력한다는 다짐은 북한에는 우리의 햇볕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토록 하는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대통령을 수행하는 비서진의 분석이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초고속정보통신망(유라시아 네트워크)의 구축을 제의해 EU(유럽연합) 중심국인 프랑스로부터 사실상의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김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를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동안 선진국 못지않게 국내에서 정보화시대에 적극 대비해온 김 대통령이 이제 국제사회에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을 제안함으로써 명실공히 지식정보화 시대의 기수로 자리매김됐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밖에도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ASEM 의장국인 프랑스로부터 확고한 협력의사를 받아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ASEM회의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적 숙원인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는 "빨리 결론을 내자"는 원칙적인 합의만 도출했을 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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