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철 올 상반기 완전 민영화…이미지 바꾸기

올 상반기 완전 민영화를 앞둔 포철이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든든한 백그라운드였던 정부의 후원도 이제는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향상을 통한 고객만족이라는 대명제를 더 이상 미룰수 없다는 절박함이 2만명 철인(鐵人)들을 변화의 물결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근속 20년째인 포항제철 장성환(45) 차장은 얼마전 삼성 에버랜드로 연수를 다녀왔다. 전화예절 지키기, 인사하기,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 바른 자세로 걷기 등 기본적인 예절교육이 내용의 전부였다. 연수를 마치고 나온 장 차장의 첫마디는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갑(甲)과 을(乙)중 단 한번도 을의 입장이 돼 본 적 없어 '뻗뻗함'이 몸에 밴 포철 직원들에게 친절교육은 소화해 내기도 그만큼 힘든 일이 될수 밖에 없는 것.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지난 1월말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지난 30년간 다져진 포철의 관료주의·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떨치지 않는 한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기존의 관행개선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세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같은 유 회장의 지적이 있은 다음 실증된 변신노력 첫번째. 포철은 최근 본사 정문과 제철소 출입문에 여사원을 안내요원으로 배치했다. '철옹성 포철'의 상징중 하나인 방호과(경비업무) 직원들은 순수 방호업무만 맡고 내방자 등 외부인 접견은 새로 채용한 73명의 여직원들이 전담토록 했다. 계획입안 당시 관리직 사원으로 한정했던 친절교육 연수자도 전 사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인재육성 분야. 관료사회와 마찬가지로 간부승진시 최대 요소로 여겼던 경력연수를 폐지했다. 대신 어학, 교육, 전산 등 항목별로 규정한 점수만 따면 현 직급에 상관없이 발탁승진이 가능토록 하는 '승진 포인트'제를 다음달부터 실시키로 했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연공서열은 걸림돌에 불과하다는 인식의 발로다.

이와함께 '인재가 가장 큰 자산'이라는 전제하에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리더 양성 △디지털·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개인의 핵심역량 강화 △교육방법의 선진화 등 세가지 인재양성 목표를 설정, 이를 위해 직원 재교육을 담당하는 인재개발원을 회장 직속기구로 격상시켰다.

이후 인재개발원에는 직원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사내 PC방과 DDR룸 등이 설치돼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교대근무 사업장의 특성을 살려 휴일에는 정보기술 분야 공개강좌를 늘였으며 생산현장에는 단순 결제용에 불과한 문서 수십가지를 폐지했다.

이같은 포철의 개혁노력이 알려지면서 포철과 분위기가 비슷했던 각급 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은 '포철 따라잡기'를 위해 견학요청을 잇따라 내고 있다.

김정원 상무는 "변화를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현재 추진중인 PI(Process-Innovation·업무혁신)작업이 완료되면 그야말로 포철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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