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소설창작 교육학회 '참된 만남' 펴내

원고지 스무 장 내외의 '짧은 소설' 혹은 엽편(葉篇)소설로 불리는 소설형식은 플롯보다는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강렬하고 다면적인 이미지가 주는 감동과 재미로 인해 글의 분량에 비하면 독후감의 여운이 길다.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형식의 미학, 삶에 대한 함축적이고도 번뜩이는 성찰.... 이런 특징은 시대를 뛰어 넘어 엽편소설을 많은 독자들과 친숙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20세기 한국문학에서 대표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엽편소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소설창작교육학회가 읽어볼 만한 50여 편의 엽편소설을 선정, '참된 만남'(청동거울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한 권에 묶어 냈다.

현진건 이태준 최서해 김동리에서부터 황순원 조세희 이윤기 김문수 최수철 성석제 함정임씨까지 사랑과 삶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는 단편들이 실려 있다. 서정적 분위기를 짧은 형식으로 새롭게 빚어내고 있는 서정소설류, 세태의 어리석음을 극적 반전으로 빗댐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키는 세태소설류, 의도적으로 축약시킨 일회적인 사건에서 촌철살인적 깨우침을 끌어내는 우화소설류, 비현실적인 상황전개를 통해 새로운 미학적 자극을 안겨주는 환상소설류 등 다채로운 양식의 이야기들이 골고루 담겨 있다.

이태준의 '마부와 교수'와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이효석의 '수탉' 등 작고 소설가에서부터 황순원씨의 '탈', 조세희씨의 '과학자, 내일에 갔다 오고 싶다', 이윤기씨의 '떠난 자리', 양귀자씨의 '하늘로 가는 비밀통로', 임철우씨의 '멸치 선생님', 김소진의 '사이다병 속의 연가', 함정임씨의 '12月, 부엉이가 날 때' 까지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엽편소설들은 우리를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다가가게 만든다.

안톤 체호프 등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이 '인생의 단면을 제시하는 문학장르', '압축성과 독창성, 교묘성의 미학'이라고 평가를 내릴 만큼 소설 장르를 이해하는 하나의 잣대로서의 엽편소설의 중요성을 이 선집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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