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는데 제대로 조사하든지 아니면 소명할 기회라도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법원 청사 앞에서 한달 넘게 판·검사를 상대로 침묵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미원(37·여·동구 효목1동)씨.
피아노교습소를 운영하며 한국교습소총연합회 대구시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가 '고독한'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달 7일. 국민연금 소득신고액을 둘러싸고 담당자와 다툼을 벌이다 상해죄로 재판을 받고 벌금 50만원형을 선고받은 직후이다.
"옥신각신하다 멱살잡이 한 번 한 것뿐인데 범죄자라니요. 벌금형을 받은 것보다 고소사건의 한 쪽 말만 듣고 제대로 조사않은 수사기관과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재판부에 더 화가 납니다"
교통신호도 한번 어겨본 적 없다는 박씨는 지난해 8월 상해 혐의로 고소당했으니 경찰서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서둘러 맞고소를 했지만 상대는 전치2주의 상해진단서를 첨부한 반면 그는 다툰 지 12일이나 지나 상처가 아무는 바람에 치료확인서만 제출했다.
박씨는 그래도 검찰과 법원은 진실을 밝혀낼 것으로 믿으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결과는 상대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반면 자신은 50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약식명령. 검찰의 수사는커녕 재판도 못받아보고 범죄자가 된 것이 그는 억울했다.
"어찌보면 사소한 나의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인권 운동, 여성 운동, 노동 운동을 하며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려 했던 지난날이 덧없게 느껴졌습니다"
선택은 끝없는 싸움. 정식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는 법률구조공단의 자문에 그는 '이제 억울함을 판사에게 호소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뛸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딴 방향으로 흘러갔다. 선고공판까지 세차례 재판을 받았으나 재판시간은 길어야 2, 3분. 그 때 마다 '예' '아니오'로만 간단히 답변하라는 판사의 요구. 고소인의 증언이 거짓이라 주장하다 조용히 하라는 제지. 벌금 50만원형을 선고받고 '죄가 없다'고 항의하다 들은 '억울하면 항소하라'는 호통….
"국가권력은 국민이 말할 권리는 주지않는 것입니까"
그는 피켓 시위를 하면서 많은 '동지'를 얻었다. 딸의 자살이 석연치 않다고 믿는 안모(63·여·서구 평리3동)씨가 시위에 가세했고 변호사를 믿고 사건을 맡겼다가 살던 집까지 날렸다는 아저씨, 억울하다며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아주머니도 만났다. 음료수를 주는 상인,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버스를 타고가다 격려하는 시민도 많았다.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하루도 거르지않는 시위로 손발이 붓고 온몸이 쑤신다는 그는 "검사장과 법원장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와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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