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경칩이 다 지나고 대동강물까지 풀렸으니 이제 삼천리 강토 곳곳에서 꽃소식이 터져나오고 봄나들이로 한바탕 술렁거릴 때가 되었다. 드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검푸른 잎사귀 사이로 피빛처럼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을 선두로 하여 매화.산수유.개나리.벚꽃....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꽃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잔잔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결 위로 눈꽃 같은 꽃잎을 흩날리는 매화의 도도한 아름다움은 그 무엇에 비길 바가 아니다.
매화 끝물에 맞춰 걸음을 잘하면 중동마을에 들러 산기슭을 가득 메운 산수유를 볼 수 있다. 만개 시기에 맞춰 사진작가며 화가들이 이젤을 메고 속속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산수유꽃이 화가가 썩 좋아하는 빛깔은 아니라며 귀띔해주던 어느 노(老) 화가는 꽃이 질 때까지 꼭 네다섯번 걸음은 한다고 했다.
누가 어디 좋다더란 말 떨어지기 무섭게 오랑캐처럼 우루루 몰려갈만큼 우리 민족은 신명이 넘친다. 어디든 붙어서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습성 또한 타고난 신명에 의한 것이다. 아이처럼 쉽게 들뜨고, 좋은걸 좋다고 숨김없이 표현해 버리는 솔직담백함을 부끄럽게 여기며 나무랄 일인가.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유럽인은 유럽인대로의 놀이법이 있을 것이고 일본인은 또 그 나름대로의 놀이법이 있을 터이다. 어디고 패를 지어 다니기 좋아하는 버릇은 대대손손 이어져 온 민족성 내지는 기질일 따름이다.
알고 보면 제 기질대로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고 좋은 것이다. 혼자 떠나면 전부를 볼 수 있고, 둘이 떠나면 반을 볼 수 있고, 셋 이상이 몰려가면 놀이로 전락하는 것이 여행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놀이면 어떻고 여행이면 어떤가.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어깨 활짝 펴고 짬을 내어 함께 차 마시고 싶은 사람과 어울려 봄나들이라도 다녀오면 세상살이가 한층 살맛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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