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교육시대 '구닥다리 환경'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으나 교실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진 학교가 많아 학생·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개학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교실이 덜 지어져 바닥에 앉아야 하는 학교, 학생수가 늘어 콩나물 시루가 된 학교, 구식 책·걸상에서 수업을 하는 학교 등 각양각색이다.

학교 건물 신축 늦어져

새학기 교실없는 설움

▨교실 없는 학교=9일 오전 11시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초등학교 운동장. 거대한 하수관, 목재더미, 시멘트 포대가 3분의1을 차지한 먼지 투성이 운동장을 뚫고 1학년들이 줄 맞춰 하교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본관 뒤편에서는 건축자재들이 아무렇게나 쌓인 가운데 교실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재초등은 인근 아파트 입주가 계속되면서 올해 36학급으로 5학급 증설됐다. 그러나 9개 교실이 들어가는 건물 신축이 늦어져 자기 교실이 없는 학생이 많다. 미술실과 어학실이 교실로 둔갑했고 교무실도 쪼개져 교실로 쓰인다. 4학년 한 학급은 각종 실험기구와 약품이 쌓여있는 과학실에서 하루 종일 보낸다.

1학년 2개 학급은 합반이 불가피해 번갈아가며 운동장 수업을 한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며칠 전에는 2개 학급이 한 교실에 수용됐다. 한 학급은 의자에 앉고, 한 학급은 바닥에 앉아야 했다. 교실 없는 설움은 오는 15일이나 돼야 끝날 전망이다.

'초코파이 책걸상' 즐비

엉거주춤 수업 불편도

▨구식 책·걸상=9일 오후 2시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혜화여고 1학년 교실. 체육수업으로 빈 교실은 밖에서 보기에 영락없는 시골 초등학교의 모습이었다. 유성페인트가 두껍게 발린 나즈막한 책상, 목재를 듬성듬성 띄우고 못을 박아 만든 걸상이 복도 옆 최신 컴퓨터·멀티미디어실과 대조됐다. 혜화여고 뿐만 아니라 인근 여중생들도 이를 두고 '초코파이 책·걸상'이라고 부른다.

수업이 진행중인 옆 교실. 엉거주춤 걸상에 앉은 채 허리를 숙이고 책상에 팔을 얹은 모습이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방석을 깔고 앉은 학생이 많았고 뒷 자리 학생 몇은 의자를 뒤로 빼고 엎드린 상태였다.

20평 교실에 50명 배정

교육청 '줄었다' 강변

▨콩나물 교실=도심 공동화가 계속되면서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변 학교가 갈수록 콩나물 교실이 되고 있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태현초등은 올해 7학급이 늘었다. 그러나 학급당 인원은 오히려 늘어 4학년 48명, 6학년은 무려 51명이다.

20평짜리 교실에 50명 안팎이면 덩치가 조금만 커도 책상 사이로 지나다니기가 쉽지 않다. 교과 내용에 따라 모둠이나 분반별 수업을 하려고 책상을 돌리면 통로는 아예 없어진다. 칠곡지역의 다른 학교들이나 상인, 시지 등에서도 45명 넘는 학급이 상당수다.

대구시 교육청은 올해 학급 편성 기준을 최대 46명으로 낮춰 학급당 평균 인원이 41.16명으로 지난해보다 0.5명 줄었다고 강조했다. 칠곡지역을 담당하는 서부교육청은 "48명 이상 학급은 하나도 없다"고 큰소리쳤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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