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용암면 산불이 삼켜버린 꿈

"30년동안 자식처럼 정성들여 가꾼 나무들이 한순간 한줌의 재로 변하는 것을 보니 너무 허무합니다"

8일 성주군 용암면 덕평리에 발생한 산불이 인근 상언리 야산으로 번지면서 하루만에 40여㏊에 이르는 산림을 태워버린 최연희(54.여.용암면 상언2리)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긴 한숨만 내뿜었다.

최씨가 나무심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갓 시집온 73년. 교육자로서 육림에 깊은 철학을 가진 시아버지인 신현옥(77)옹의 영향 때문이다.

당시 시아버지는 교직에 있으면서 틈만 나면 마을 뒷산에 나무를 심었고 새댁인 최씨도 나무심기에 따라 나섰다. 처음에는 다소 힘이 들기도 했으나 남편도 좋아하는 일이라 정성껏 도왔다.

공무원인 남편은 휴일이나 주말이면 아예 산에서 살 정도로 나무심기에 열중, 나무를 자식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돌봤으며 그때 심은 소나무, 오동나무 등이 이제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무성한 숲을 이뤘다.

그런데 이번 화마로 전체 임야의 80%가 불 타, 독림가의 꿈이 무참히 좌절됐다. 최씨는 앞으로 조림계획을 세워 나무심기에 나서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얼마전 남편이 "얼마남지 않은 공무원 생활을 마치면 이곳에 산림욕장을 만들어 여생을 보내자"고 말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최씨는 공무원인 남편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매년 700~800만원을 들여 간벌작업 및 나무심기를 해왔는데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불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씨는 "어제 자식같이 아끼는 나무들이 불탈때도 남편은 당직근무라 집에 오지 못했으며 전화로만 상황을 물었다"며 "집에 올 남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 걱정이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성주.朴鏞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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