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베를린 선언에 기대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9일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또 지금까지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을 정부 차원으로 격상하고 남북한 정부가 대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후 남북한 특사교환과 북한의 기반시설 확충 및 낙후된 농업구조 개혁지원, 투자보장 협정과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남북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실상 김 대통령의 제의 내용이 별다르게 새로운 것은 없다. 북한 경제 지원 방침은 이미 신년사에서 밝혔고 남북간 특사교환 문제도 93년 김영삼 정권 당시 몇차례 논의되다가 북한측이 거부, 결렬된 만큼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따지자면 김 대통령의 이번 베를린 선언은 독일 통일의 상징적 도시인 베를린에서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국제사회에 천명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남북한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임을 천명했고 북한측에 대해서는 "남북한 문제는 당사자인 남한을 배제하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베를린선언은 대북 포용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한반도 냉전종식, 남북간의 평화공존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남한 사람이 이미 18만명이나 북한을 다녀왔고 남북 교역량이 연간 3억4천만달러에 100여개의 중소기업이 북한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지금처럼 남북한이 민간차원 협력으로 이를 이끌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때문에 차제에 북한도 우리정부의 대화제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여 남북한이 정부차원에서 대화의 물꼬를 열어나가기 바란다.

일부에서는 김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을 통해 "당장 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통일보다 남북한의 화해, 협력과 공존, 공영'을 주장한 것에 대해 '분단지속정책'이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대북포용정책과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상당수준 진행된 이 시점인 만큼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열어나가겠다는 베를린선언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김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을 계기로 남북이 상생(相生)하는 기틀이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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