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베를린 선언' 배경과 의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0일 새벽(서울시간)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을 통해 밝힌 '베를린 선언'은 민간 경협차원에 머물러온 남북협력을 정부 차원으로 확대, 남북간의 화해.협력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통일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 '선언'의 형식을 빌려 이를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를 위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뜻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통령이 북한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우리 정부가 도와줄 준비가 돼있다고 선언한 것은 단계상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때문이다.

황원탁(黃源卓) 외교안보수석은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지난 2년간 민간기업의 대북지원사업을 적극 허용한 결과, 남북교역량이 작년 3억4천만달러에 달하고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 100여 중소기업도 북한을 들락거리면서 교역과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이제 정부간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민간간 본격적인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의 체결 등 민간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북한에 공장을 건설하려 해도 북한의 전력 생산량이 남한의 10분의1에 그치는 등 도로, 항만, 철도, 통신시설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이 턱없이 부족,기업의 투자에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김 대통령은 이런 협력 제약 요인을 해소해 나가려면 남북 당국이 전면에 나서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황 수석은 설명했다.

이 선언은 또 남북한 당국간의 대화 필요성 강조와 함께 2년전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우리의 특사 교환 제의를 수락할 것을 거듭 촉구함으로써 당국자간의 대화를 풀어나갈 구체적인 접촉 방식을 '특사 교환'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이미 이런 김 대통령의 제안을 박재규(朴在圭) 통일장관 명의로 북측에 전달했고 북측은 이를 즉각 접수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일단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거부하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나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 문화교류, 방송교류 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보다 진전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며 부분 호응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또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도 현재 여러 민간채널을 통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적십자사 창구로 일원화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북한이 호응할 경우 이날 선언을 곧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실무준비도 마친 상태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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