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지점은 경제를 읽는 손금

97년까지 성서·3공단지점, 98년 중앙로지점, 99년 동대구지점. 200군데에 이르는 대구은행 지점 중 최우수 영업점으로 평가받은 곳들이다.

반면 북성로지점, 비산동지점, 내당동지점 등은 한때 '영화'를 누렸지만 이제는 쇠퇴일로에 접어든 지점으로 꼽힌다.

은행 지점의 영업실적과 경제상황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97년까지 수익성이 가장 높았던 지점은 공장이 밀집해 있는 성서산업단지내 성서지점과 3공단지점이었다. 돈을 쓰려는 기업이 많아 대출실적이 많았고 수익률도 좋았던 것.

이같은 순위를 바꾼 것은 외환위기다. 중앙로지점이 98년 실적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데에는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에 힘입은 바 컸다. 은행내 유일한 종합환전센터가 이 지점 소관이어서 높은 환전실적 및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99년 1위인 동대구지점 역시 'IMF 수혜지점'으로 분류된다. 대구지·고법 옆에 위치한 덕분으로 경매관련 대출을 늘릴 수 있었고 파산재산 관재인을 맡은 변호사들이 가까운 이 지점에 관련 예금을 대거 예치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북성로지점은 상권쇠퇴로, 비산동지점·내당동지점 등은 도시 공동화현상에 밀려 과거의 전성기를 뒤로 한 채 요즘에는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인근에 시장을 두고 호황을 누렸으나 재래시장 쇠퇴, 백화점·할인점 번성이란 추세에 두 손 든 것.

97년 205개에서 현재 190개로 줄인 지점감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산·범물, 성서·용산, 상인, 칠곡 등 신개발지역에 지점이 계속 늘어나는 것 역시 지점 개·폐점 현황과 도시발전과의 함수를 보여준 예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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