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보화의 이단아 해커-상-

해킹(hacking)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천년 벽두 Y2K 장애를 손쉽게 넘는가 싶더니 해킹이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세계가 동요하고 있다. 자칫 사이버 커뮤니티의 형성이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모든 사회 활동이 인터넷 아래 통합되는 마당에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해킹의 역사와 피해 사례, 대응 방안, 사이버 전쟁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야후, 바이, e베이, CNN, 아마존, E트레이드, 다텍, ZD넷. 이른바 '닷컴(.com) 세계'를 이끄는 사이버공간의 거대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달 7일(미국 동부시각 기준)부터 9일까지 융단폭격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무차별적으로 벌어진 해커들의 공격에 맥도 못추고 백기를 들어버린 인터넷 사이트이란 점. 국제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사이버공간의 철옹성들은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밀려드는 해커의 공격에 꽁무니를 뺐다. 이들이 당했다는 사실은 전세계 어느 컴퓨터 시스템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증거. 고객 서비스 중단과 주가 하락으로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12억달러(약 1조3천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이버의 맹주들이 해커들로부터 포박당해 있던 시간은 평균 2~3시간 남짓. 그 사이 천문학적인 돈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더욱이 이로 인해 발생한 인터넷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의 골은 경제적 피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번 공격은 단순히 엄청난 양의 불필요한 데이터를 서버에 쏟아부어 서비스를 중단시키는데 그쳤다. 만에 하나 이들 시스템에 보관된 고객 정보를 유출시켰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이버공간의 등장으로 지갑 들고 백화점을 찾는 불편이 줄어든 대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갑에 넣을 수 있는 돈의 수십배를 강탈당할 위험이 커졌다.

최근 들어선 인터넷 해킹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알리는 이른바 '핵티비즘(hactivism)'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일본 주요 정부기관 웹사이트가 '중국 극우 반일동맹'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 홈페이지에는 일본의 아시아 침공과 난징 대학살을 비난하는 문구들로 가득 매워졌다. 또 지난 98년엔 포르투갈 해커들이 동티모르 탄압에 반대하며 인도네시아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했고, 카슈미르 해방 지지 해커들은 같은 해 10월 인도 정부 웹사이트에 공격을 가했다. 해커 세력들의 조직화가 시작된 것이다.

더이상 해킹은 치기 어린 프로그래머들의 장난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가진 약점을 해결할 방안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 운영체제의 근간인 유닉스는 속도가 빠른 대신 보안에 취약하다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월의 해커 대공습은 어찌보면 다분히 예견된 것일 수 있다. 글로벌 사이버 공동체를 눈 앞에 둔 국제사회가 튼튼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난관을 헤쳐나갈 지 아니면 채 무르익지도 못한 인터넷 산업이 몰락하게 될 지 지켜 볼 일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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