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총선을 앞두고 경북지역에서 비상이 걸렸다. 후보들의 손발이 돼 뛰어야 할 도의원들이 등을 돌리거나 팔짱을 끼려하기 때문이다. 2.18 공천파문의 여진이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0일 정창화 정책의장, 이상득 전 정책의장, 박헌기 도지부장 등 3명과 간담회를 가진 당 소속 도의원들은 당과 이회창 총재를 향해 최후통첩을 했다. 당 소속 도의원을 두고 무소속 도의원을 공천, 자신들의 자존심을 구긴데 대해 사과 내지 유감표명을 하라는 요구였다. 당 지도부는 이날 밤 부랴부랴 13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도의원 대표들과 이 총재간의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오후에 열리는 포항 필승대회에 도의원들의 참석 여부는 간담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만남은 간담회라기 보다는 잘못된 공천을 주도한 이 총재와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 토로의 장이었다. 일부 도의원들은 김윤환 의원 낙천에 대해 의리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배신'도 비판거리였다. 의리를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도의원들의 성토와 탄식이 쏟아지자 세 명의 국회의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쳐다볼 뿐이었다. 다음은 이날 주요 발언 요지.
▶박헌기=곤혹스럽다. 어떻게 여러분 이해를 구할 수 있겠나. 얼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창화=공천과정에 대해서는 할 말도 있고 할 수 없는 말도 있다.
▶손규삼(포항)=공천과정을 볼 때 충성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애정이 식는다. 어떤 한 분의 정권욕에 의한 공천이라면 이해할 수 없다.
▶최영욱(영덕)=허주(김윤환 의원)가 공천 못 받으면 의원들 모두 탈당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반발조차 안했다. 의원들 모두 허주와 공.사적으로 인연을 맺고 도움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의리가 없어서야 (국회의원을)존경할 수 있느냐.
▶김응규(김천)=이 총재는 대구.경북을 손톱 밑에 때만도 여기지 않는다. 허주가 어느날 갑자기 이 총재에게 배신당한데 대해 지역여론은 분개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 총재로부터 민심이 떠나고 있다.
▶박헌기=여러분 심정을 안다. 나도 불만이다.
▶김종석(김천)=오늘 옆의 친구가 칼을 맞았지만 내일은 내가 칼을 맞을지 모른다. 옆의 사람 보호해 주지 않으면 자신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허주에 대해 공천받은 분들이 가장 아파해야 할텐데도 한마디도 안했다.
▶김기대(성주)=지금의 이 총재를 만드는데 1등 공신인 허주를 하루아침에 두부자르듯이 칼로 베는 것을 보면 우리도 토사구팽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상주(안동)=오늘은 20여명 모였지만 다음에는 한 명도 안 올 수도 있다. 한나라호가 출발도 하기 전에 물이 새고 있다.
▶이상효(경주)=이 총재는 유감스럽게도 이제 믿을 수가 없다.
▶장성호(포항)=공천 후 마음이 아팠다. 너무 허탈하다. 어떻게 해서든 13일 총재와 만남을 가져야 한다.
▶정창화=허주라는 인물의 그늘이 너무 커서 우리가 크지 못했다. 우리도 서울에서는 큰 사람들이다.
▶박중보(칠곡)=크면 팽(烹)만 당한다.
▶이상효=유리할 때는 의리찾고 불리할 때는 개혁을 찾느냐.
▶이상득=허주에 대해서는 선배라서 말을 아끼고 싶다. 우리도 그렇게 매정하지는 않다. 여러분 이야기 모두 맞다. 나도 납득이 잘 안간다.
李東寬.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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