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행복한 도시

월드컵은 지구인이 공차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축하하는 잔치다. 난 어릴 적부터 가만히 있는 공은 몰라도 날아다니는 공은 무서워했던 터라 공차기를 가지고 그렇게 법석을 떠는 것에 대해서는 내심 뜨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월드컵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단순히 공기차기하자고 모이는 스포츠나 레크리에이션 잔치만은 아닌 듯 하다.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던 때가 엊그제인데 개최국이 되었으니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통치수단 운운하기에도 어정쩡해진 터에 이제는 공차기가 정치적인 문제에서 단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인 핫이슈가 되어버렸다.

무슨 일이든 본전생각 날 때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88서울올림픽 이후로 흥청대던 국제행사무드가 IMF체제 이후로는 치러야 할 이벤트로서가 아니라 적어도 남기는 장사 또는 알리는 기회 등 하나의 모멘트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지역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국제행사는 없었다는 사실이 돈이 들어가는 만큼 지역의 삶이 질적으로 변화하는 어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하고 있다.

행복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긴 안목에서의 우리의 목표라면 그리고 경제적인 기반닦기가 그에 앞서 현실적인 명분을 갖고 있다면 월드컵은 해석하기에 따라 생태적인 도시환경, 시민의 표현문화의 신장 등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먼저 돈을 들이게 하는 묘한 호기를 제공한다.

월드컵은 무엇보다도 도시단위의 축제가 가능한 사회적 틀을 만들고 노하우를 쌓는, 그래서 우리만의 고유한 축제를 만들어 천년만년 누릴 수 있게되는 기회요, 관광을 명분으로 도시환경의 격조와 그 지역문화의 성숙을 꾀하는 호기가 된다.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월드컵 만세!

마임 연기자·왜관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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