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대형 신인들의 산실로 자리잡은 '문학동네' 소설상 제5회 수상자인 김영래씨의 장편소설 '숲의 왕'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1997년 동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지만 무명에 가까운 김씨의 첫 소설 인 '숲의 왕'은 자연보호 활동을 통해 인간의 생존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따온 표제에서 알 수 있듯 작품 전편에 걸쳐 나타나는 풍성한 신화적 상상력은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하다.

'에코로망'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환경운동가, 신학교수,신문기자, 목수, 토목기사, 산지기 노인, 백치 청년 등 자신의 생업을 내던지고 생태계 보호운동에 뛰어들어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각자 사연을 갖고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 이름한 숲속의 공간에 찾아든다. 스스로를 '숲의 형제단'으로 칭하고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는 이들은 숲으로 상징되는 생태계에 대한 외부의 위협과 내부적 갈등에 시달린다. 어느날 숲은 큰 불로 재만 남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숲을 잃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과연 이 세계는 살만한가'라는 명제가 던져진다. 하지만 작가는 결말에 죽음을 통한 재생의 드라마를 펼쳐 보이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정제된 문장과 생생한 현장감, 각종 자료를 활용해 생태계 및 환경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살린 점은 이 작품의 미덕이다. 또 정확하고 힘있는 문체, 주제를 떠받치는 뚝심 등은 작가의 역량을 짐작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문사회학 지식들이 지나치게 개입돼 소설과 잡학의 경계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론가 김수이씨는 "신화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복원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자연의 생명력과 삶의 깊이를 묘사하는 아름다운 문장이 강점"이라고 평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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