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질환·신체기관 연관과 협진

환자들이 흔히 종합병원을 찾았을 때 부닥치는 가장 난처한 문제는 "도대체 어느 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과를 제대로 찾아가도 경우에 따라서는 이 과에서 저 과로 옮겨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일쑤. 대형병원의 진료과가 너무 세분화돼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이런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과를 질환이나 신체기관 중심으로 재조합, 진료가 각 '클리닉 센터'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 제도 변화 때문에 빚어지는 '경쟁력' 약화를 만회하려는 대형병원들의 몸부림 덕분이다.

이미 작년에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를 합쳐 '심혈관센터'를 개설한 경북대병원은 오는 6월 안과와 이비인후과를 통합한 '안이비인후 센터'도 개설할 예정이다. 또 9월에는 호흡기내과 등 호흡기 질환 치료에 연관있는 과를 모아 '호흡기 센터'도 열기로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 역시 과 편제 중심의 외래 시스템을 질병이나 신체기관 중심의 '클리닉' 체제로 개편하기로 하고, 인력 및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이 병원 권태찬 기획정보처장(소아과)은 "대학병원 외래 진료가 클리닉 및 센터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은 앞으로 심화될 장기적 흐름"이라고 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 다니던 것에서 벗어나 의사들이 모여 환자를 치료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영남대병원은 올 하반기부터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동통치료실 등 4개 과와 당뇨병 클리닉의 협진으로 이뤄지는 '척추센터' '유방암 센터' 등 5개 진료부서를 신설한다. 인공신장실 재활의학과 등 기존 10여개 부서도 확장할 계획. 대구 가톨릭병원도 미국의 전문 컨설턴트에 맡긴 직제 개편 연구 결과가 최근 나옴에 따라 외래 진료를 현재의 과 중심에서 센터 중심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병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여러 과의 협진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장점을 활용해 더 많은 환자를 유치, 많게는 연간 100억원에 이를 의약분업 이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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