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실 안맞는 축산물가공처리법

"군청 축산계죠? 닭을 직접 잡아 요리해 판 식당 업주가 있는데 이를 의법 처리해 주세요"

지난 11일 신고 전화를 받은 칠곡군청 축산계 직원 ㅇ씨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지만 신고 받은 이상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인 결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분식집을 운영하던 한 식당 업주가 이날 동아리 모임 뒷풀이로 닭 3마리를 요리해 달라는 대학생들의 부탁을 받고 닭을 직접 잡아 요리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 제7조에는 가축의 도살 등 가공은 허가받은 사업장에서 처리해야 하며 위반시 5년 이하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돼 있다.결국 소, 돼지는 도축장에서, 닭은 도계장에서 반드시 도살해야 한다.

현행 법대로라면 장모가 사위를 위해 씨 암탉을 집에서 잡은 경우나, 영감 몸보신을 위해 할멈이 닭을 잡았을 경우, 닭 서리를 해 먹은 경우도 모두 처벌대상이다.그러나 이같은 행위가 위법이라며 장모나 할멈 등을 처벌 한 경우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잔치때 닭은 물론 소나 돼지를 잡기도 하는 농촌 현실에 비춰 볼때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은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문화된 지 오래라는 게 농민과 관계 공무원들의 주장.

군 관계자는 "닭 몇마리를 집에서 잡았다고 해서 의법 처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한 후 "2여년 전 닭 몇마리를 잡아 먹은 이웃을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으로 고발한 이웃도 있긴 했었다"며 각박해진 농촌 인심을 안타까워 했다. -칠곡·李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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