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아직도 교과서를 못받다니

초등학교 교과서가 모자라 새 학기가 시작됐는 데도 교과서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이 15%나 되는 '공(空)교육'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바람에 전국적으로 교과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책을 구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점으로 몰리지만 애꿎은 서적상들만 진땀을 흘리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전에 없이 초등학교 국정교과서가 크게 모자라는 것은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의 주먹구구식 행정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선학교 교사들은 IMF 경제난으로 도입된 '교과서 물려쓰기 운동'이 빗나가 교과서 품귀보다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일선 교육청과 학교에서 교과서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이 더 큰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은 당초 교과서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일선 학교에 헌 책을 활용하라는 지시를 하고, 일정 비율의 재활용을 전제로 했지만 그 파악이 큰 차질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들도 보다 철저한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헌 책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교과서를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헌 책이 예상만큼 들어오지 않고, 걷힌 책들도 찢어지거나 낙서가 심해 나눠 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주먹구구식 예측에 기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국정교과서를 제작·공급하는 대한교과서주식회사측도 추가 수요가 폭증해 개학 후에만 30만권을 서점에 대주었지만 주문량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서적상들도 책이 동이나 진땀을 흘릴따름답답할 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쨌든 교과서 부족 현상은 초등학교의 교육에 큰 차질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탁상 행정의 소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교과서 물려쓰기 운동'은 교육 당국의 대표적인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으며, 이 운동에 호응할 수 있는 여건도 문제였다고 본다.

이 운동을 하는 선진 외국의 경우 물려쓰기용 교과서를 따로 지정해 고급용지에 하드커버를 사용하고, 학생들도 책에 낙서를 할 수 없도록 필기용 학습서를 따로 지급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지 않은가.

교과서는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된 교육의 전범이다. 이같은 교과서마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교육 행정은 말도 안된다. 차제에 교육 당국은 하루 빨리 교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선 학교들도 아직 남아 있는 헌 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교육의 차질을 해소하는 지름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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