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엄한 현실.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은 물론이고 핵(核)에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미국의 제어 대상이다. 남.북 대치라는 우리의 주장이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주권(主權)'이라는 절대용어를 떠올릴 정도로 국가의 의사가 배제되어 있는 실정이 분노로도 치닫곤 한다. 그 미사일 수준이 북한과는 거리가 먼 것은 이미 옛일이다. 대한민국의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80㎞. 최전방에서 평양에도 못미치는 거리다. 최소한 우리측은 30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거리도 북한 역내의 중간쯤이어서 전략.전술측면에서 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500㎞여야 북한전역을 사정거리로 넣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2천200㎞를 넘어선지 오래여서 비교 그 자체가 무리다. 지난해 발사를 유보한 소위 '대포동 2호'는 사정거리가 6천600㎞ 수준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북한의 벼랑끝 외교의 성공여부와는 관계없이 '미사일 주권'이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게 우리의 처지다. 일본방위청 산하 방위연구소는 최근 '동아시아 전략개관 2000'에서 '북한은 핵개발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보유도 현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 북한의 미사일개발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이 김정일 체제에 자신을 얻을 때까지는 미사일 및 핵카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 결국 남.북관계 긴장과 갈등조짐의 지속을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남.북관계는 언제나 '평화'가 대명제. 그러나 경제도 그렇고 군사적인 측면도 우위의 반대편에 서면 균형은 허물어져 평화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의 대북경협 제의도 군사도발 예방장치나 전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치관계'라는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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