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 문화-인터넷 커뮤니티

이제부터 '커뮤니티'다.

각 PC통신, 인터넷 사이트들이 커뮤니티(동호회)로 소란스럽다. 서로 마음맞는 네티즌들이 끼리끼리 최신 정보나 취미거리, 이야기될만한 것을 나누고, 찬반토론 제 목소리를 높이는 장이다. 클릭. 사이트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젊은층이 주름잡고 있는 상당수 동호회에 로그인하면 저마다 왁자지껄 하고 싶은 말들이 빼곡이 올라와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작가 뺨치는 수려한 문장이 있는가 하면,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감정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쏟아내는, 네티켓(에티켓) 없는 저질도 많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인터넷 포털(관문)기업의 경우 얼마나 다양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느냐가 주주들에게 투자지침이 될 만큼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는 회원 확보의 필수요건이자 경영측면에서 보면 매출신장, 광고수익 등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요즘 네티즌들은 사이트 관리자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수용하기를 거부한다. 커뮤니티 한 모퉁이에 자기의견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올려야 직성이 풀린다. 따라서 인터랙티브(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사이트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한번의 클릭으로 쉽게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인터넷 특성상 어정쩡한 사이트에 두번 다시 방문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인터넷을 올려진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닫혀진 공간이 아니라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사이트를 만들어가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지친 네티즌들에게 커뮤니티는 미지의 사람들과 나누는 새로운 교류의 장인 것이다.

현재 인터넷상의 동호회는 어림잡아 20여만개로 추산된다. 회원이 5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동호회에서부터 10명 미만의 초미니 동호회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초미니 동호회가 전체 커뮤니티의 절반인 10만여개. 이런 이유로 커뮤니티의 생성과 소멸의 사이클도 엄청 빠르다. 2천~3천개의 동호회가 하룻밤 사이에 새로 만들어진다. 커뮤니티의 성격도 다양하다.

사이버 문학, 고전음악, 가요, 재즈, 미술, 사진, 건축,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취미관련 동호회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요리·꽃꽂이·다도·단전호흡·명상·수지침 등 생활관련 커뮤니티나 학과동문·ROTC동문·향우회 등 학연·지연을 강조하는 동호회 등도 쉽게 눈에 띈다. 또 동성애나 전생에 대한 기억, 누드예찬 동호회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이색동호회까지 다채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 폭발적인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 증권시장으로 인해 각 증권회사, 증권금융정보 사이트에는 '코스닥연구회' '코스닥동호회'등 주식관련 커뮤니티가 붐을 이루고 있다. 또 소액주주들의 권익옹호를 도모하는 동호회나 기성가치관과 사회현상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모임도 많다.

그러면 커뮤니티는 인터넷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TV와 달리 인터넷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한정된 정보만을 단순하게 제공하는 홈페이지 위주의 사이버 세계를 인터넷 도입 초기단계(제1세대)의 특징으로 꼽는다면 커뮤니티는 인터넷 제2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공통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많은 구성원들이 도출해낸 결론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제3의 힘'이 가능해진 것이다. 10여년전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학교나 회사, 단체의 게시판을 통해 모임을 알리고 동호인 세계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 기능을 인터넷이 대신하면서 응집력과 파급효과가 훨씬 커지고 있다.

반면 커뮤니티의 큰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소수의 사람들이 정당한 여론을 호도하고,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사이버 세계가 일대일의 상황이 아니라 군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한 악의적인 루머 유포나 사기행각을 벌일 경우 제재할 방도가 없다. 또 제 멋대로의 돌출행동으로 동호회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욕설 등 네티켓에 어긋나는 행위들이 사이버공간에서는 여과없이 노출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커뮤니티의 몸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동호회의 본질이 흐려지거나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회원들이 갈등을 겪을 소지가 높아 회원 이탈이 동호회의 해체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학자들은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건전하고 신뢰할만한 커뮤니티 형성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라는 광장문화에서 꽃피운 것처럼 커뮤니티는 현대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광장문화를 만들어내는 트렌드이자 인터넷의 요체임이 틀림없다.

徐琮澈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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