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를린 선언' 남·북 사전교감 촉각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10일 베를린 선언을 놓고 남북간의 사전교감 여부가 커다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3일 방송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결국 베를린 선언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혀 강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김대통령의 이러한 자신감표시는 북측과의 사전 물밑 교감에 따른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베를린 선언과 관련한 남북 당국간의 사전조율 여부는 4·13총선을 앞두고 자칫 여야 정치권 사이에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부가 베를린 선언을 비롯한 남북관계를 4·13총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자세 만큼은 확고한 것 같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측이 남쪽에서 4·13총선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해 그렇지 않다는 뜻을 사적인 통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여야 수뇌부에도 베를린 선언이 4·13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박 통일장관은 "(베를린 선언에 대해) 북한에서 어떤 반응이 오더라도 총선 때까지는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남북관계와 국내정치를 분명히 분리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만 대목은 박 통일장관이 언급한 사적 통로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베를린 선언에 앞서 여로 경로로 북한과 의사를 교환했다는 발언'에 대해 "사업차 남북을 오간 사람 중에는 상당히 믿을 만한 사람도 있다"면서 "이들을 뭉쳐서 여러 통로라고 (말)한 것"이라고 대답해 상당한 수준의 채널임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또 "북측과 나눈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감안해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면서 "지난해 당국 간 회담을 통해 비료를 북한에 지원한 것과 달리 올해 베를린 선언에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

현단계에서 딱 부러지게 공개하기 힘들지만 비록 비공식적이긴 해도 남북 간에 뭔가 사전 교감이 오가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장관의 지적처럼 한달 남짓 앞둔 4·13 총선이 끝나야 남북 간의 사전교감에 대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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