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4월은 잔인한 달. 총선은 왜 윤년 4월에 치르게 됐는지 모르겠다. 밀레니엄 총선을 앞두고 정부.국민.선량지망생 모두가 흥청망청이다.
세기말 국제 망신으로 이 민족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았던 환란. 구제금융으로 연명한 지 2년여. 누가 감히 지금은 IMF 졸업이라고 오만해질 수 있는가. 노인 복주머니까지 터는 극약처방으로 빈사상태를 모면했던 생생한 기억들이 총선앞에 무력하기 짝이 없는 것같아 안쓰럽다.
정부는 최근 국민들로부터 총선용이라고 비난이 빗발치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면서 IMF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2조4천억원을 두고 외채변제와 빈곤층 지원에 균등하게 쓴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사이 방침을 바꿔 이 남은 세금 전액을 빈곤층 지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아마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때가 때인 만큼 이쪽이 적당하다는 정책성 발언이 빛을 본 것같다.
정부의 빈곤층 지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든 외채를 줄여 빠른 시일내에 국가체면을 세우겠다는 거시적 안목이 이들에게 없다는 게 문제다. 빈곤층 지원예산은 소모성 예산으로 이미 연초 책정돼 있으며 꼭히 총선을 앞두고 지원한다는게 개운치 않다.
100조가 넘는 외채가 총선만 정부 뜻대로 치르면 줄어드는가.
또 공공근로사업 지원금만 해도 그렇다. 연간 예산 1조1천억원중 65%를 1/4분기중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일거리가 없어 노는 사람이 더 많은 동절기에 그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공공근로자들조차 박수를 보낼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정부 정책이 무수히 쏟아지자 중앙선관위가 정부를 상대로 자제요청을 하게 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선관위의 대정부 경고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국민들에게 '오죽하면'이라는 여운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된다. 해거리도 안될 만큼 촘촘히 예정돼 있다.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겠지만 현재 선거풍토에선 상당히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다.
총선후보예상자들의 모습도 과거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요즘 기업들이 후보자측 지원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5대 총선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모두 '내가 되면 당신은 어떻게 된다'는 등 엄포성 발언까지 곁들이고 있다. 이들이 선량이 된다 한들 못된 버릇을 쉽게 버리겠는가.
유가조짐도 심상치 않다. 백화점 고가품코너가 붐비면서 사치성 소비재 수입도 폭증하고 있다. 갑자기 국민들의 씀씀이가 헤퍼졌다. 증시열기로 증권시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배포가 커져 과소비가 만연되는 것인가.이대로라면 이제 막 가닥을 잡은 경제가 또 다시 뒷걸음질 칠 것이 분명하다.
80년대에 IMF를 맞은 멕시코는 잦은 선거로 위기 극복 일보직전에 좌절, 지금도 IMF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IMF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경제위기 재발이 기우가 되려면 위정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최근 정부가 유가 대책을 발표 한후 돌아서서 번복, 물의를 빚었었다.이를 두고 일부에선 선거를 의식한 경박한 정책 전환이라고 비난했다.우리는 환란 청문회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계수 인식이나 허위 보고 불감증을 확인 한바 있다. 선거 따로 정치 따로 풍토 조성으로 적어도 선거 통계 발표만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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