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N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김모(1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고2)양은 대구 동성로의 한 보세 옷가게에서 쇼핑을 하다 목에 걸린 휴대폰을 이용해 날렵한 손놀림으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김양의 휴대폰은 음성으로 전화를 거는 용도보다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이른바 '문팅'(문자채팅)에 더 자주 쓰인다. 기성세대와 휴대폰의 쓰임새가 다르다.

김양은 집에 도착하면 TV보다 컴퓨터를 켜 'E-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다. 친구들 사이 유선전화나 편지를 주고 받는 대신 'E-메일'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잡담을 나누는 것이 생활화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해 과제를 해결하거나 얼굴도 모르는 또래와 채팅을 하기도 한다.

N세대는 'Net Generation'의 줄임말로 사이버공간을 삶의 무대로 삼고 컴퓨터나 이동전화로 '접속'을 생활화하는 세대를 지칭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돈 탭스콧이 쓴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국내출간 1997년)이란 책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미국의 경우 N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1976년 이후 출생한 연령 집단을 가르키며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30%에 이른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중고생 1천100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정보의식및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88.7%)이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고 10명 중 절반이 PC통신(54.8%), 인터넷(48.2%)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로 중무장한 N세대들이 사회의 중심으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N세대는 어린시절부터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자라왔다. 컴퓨터가 '0'과'1'의 이진법으로 정보를 처리하듯 이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며 간섭은 질색이다. 틀에 박힌 라이프스타일을 싫어한다. 교문만 벗어나면 교복을 벗어 던지고 폼나는 옷으로 갈아입는 이들은 방과 후에도 교복을 입고 생활을 하던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교육.사회학자들은 N세대는 부모나 교사들보다 컴퓨터통신에 익숙해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기성세대보다 막강한 정보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표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한 고교의 학생들이 통신에 글을 올려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을 고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비롯해 이들은 또래집단끼리 웹진을 만들거나 사이버 동아리를 만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는데 적극적이다. 이모(20.대구시 북구 대현동.계명대2년)씨는 "교수님에게 강의내용이나 방법에 대해 느낀 점을 E-메일을 통해 글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다"며 "강의실이나 연구실에서 교수님의 얼굴을 마주보며 하기 어려운 얘기를 왠지 E-메일에서는 꺼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 탭스콧은 "N세대는 권위나 논리, 이성보다는 자유, 상상력, 감성이 이전 세대들보다 앞서며 지식정보화 사회를 살아 갈 신인류"라고 주장했다. 대구 청구고 출신 이상협(23)씨는 N세대의 '짱'이다. 그는 지난 97년 고교를 마치고 벤처기업을 설립, 새로운 개념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인 '칵테일'을 개발해 N세대의 천재성을 세상에 선보였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고교생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컴퓨터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1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 N세대의 천재성을 발굴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N세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만나 생각과 감정을 주고 받는다. 컴퓨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 친구나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비록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수 많은 사람들과 접하지만 눈을 서로 마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진솔한 사귐이나 공동체의식과 연대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N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은 엇갈린다. N세대의 창의성과 감성, 자유, 개성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컴퓨터 중독증과 사회성 결핍, 정체성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분명 새로운 세기는 이들의 몫이다. 金敎榮기자

◈내가 보는 N세대

N세대는 사고나 문법의 체계가 기성세대와 다르다. PC통신 채팅의 영향으로 대화를 할때 사용하는 말이 문법에 맞지 않고 준말 투성이어서 기성세대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이다.

논리나 이성적이기보다 감각적이며 즉흥적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며 때에 따라서는 적극적이다. N세대로 지칭되는 청소년들은 일본만화를 좋아하는데 내가 아는 한 여고생은 용돈을 몽땅 털어 일본만화를 사는 것은 물론 일본어까지 공부할 정도로 열성이다.

다른 세대에 비해 소비지향적이다. 휴대폰 구입과 각종 통신 사용료, 옷을 사거나 소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기성세대의 지출을 능가하는 것같다. 대부분 용돈으로 이같은 비용을 충당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컴퓨터에 붙어 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이 부족하다. 심지어 함께 어울리는 공간에서도 혼자 놀고 생각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들은 문화적 감수성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풍부하지만 개인적 문화에 익숙해 있어 함께 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그렇지만 내면적으론 서로 사랑하고 관심받기를 원한다. 네트워크에서 수 많은 사람과 채팅을 하며 만나지만 이들은 네트워크에서 방황하는 고독한 존재일지 모른다.

기성세대는 이들을 별난 존재로 보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문화,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갖도록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겠다.안미향(30.여.대구청소년문화센터 '우리세상' 원장)

30대 이상 세대는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춤을 추는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면 N세대는 테크노댄스로 대변되는 '나홀로 문화'를 즐기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N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풍부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권위나 형식을 중요시하는 조직중심의 기성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다. 벤처기업의 성장에는 이같은 N세대의 문화와 사고의 특성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자기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누구의 지시에 따라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 스스로 일 속에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며칠씩 밤잠을 설치며 승부를 걸기도 한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한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정보의 양으로 볼 때 아마 기성세대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험이나 현실 감각이 없어 사이버공간에서 정보를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많다.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지식과 지혜를 구할 수는 없다.

사이버공간상의 인간이나 문화적 교류는 진솔함이 떨어질 수 있다. 공동체 문화나 의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아마 N세대는 정신적 외로움을 느낄지 모른다. 기성세대들이 지식정보화 사회를 주도해 나갈 N세대에게 공동체의식과 사회적연대감을 심어 줄 때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 사회에 대해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호(40.도원텔레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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