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하는 주거문화

왜 이리 썰렁해? 한때 한겨울에도 런닝셔츠 바람으로 지낸다던 아파트. 하지만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다. 특히 난방을 중앙 집중식으로 하는 곳과, 그 중에서도 그런 '좋은 시절'을 보낸 적 있는 나이 많은 아파트들에서는 세상 변화가 더 크게 실감되고 있다. 겨울보다도 지금같은 봄철에 더욱 그렇다.

대구시 서구 내당동 ㅅ아파트에 사는 김영희(45)씨는 "정해진 시간에만 최대한 절약해 공급되는 난방만으로는 실내가 썰렁해 겉옷을 껴입거나 전기장판을 깔고 잠을 잔다"고 했다. 더우기 바깥 기온이 영상 3℃ 이상 되면 보일러 가동을 않아, 낮시간에도 전기히터를 켜는 입주민들도 적잖다고 했다.

근래 새로 지은 북구 침산동 ㅅ아파트 주민들 중에서도 일부는 아예 전기장판을 필수품으로 구입한다고 했다.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시기에는 옥내 온도 관리가 특히 힘들어, 봄철엔 이런 개별 난방기구가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했다. 지은 지 오래된 남구 봉덕동 ㅁ아파트로 최근 이사 들어간 한 입주민은 "단독주택에 살다가 이사 온 첫 며칠간을 벌벌 떨다시피 했다"면서 "아파트에 사는 주위 친구들 얘기가 그제야 실감나 곧장 전기장판을 샀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IMF사태 이후의 절약의식 확산과 최근의 기름값 오름세 등에도 영향 받았지만, 대구지역이 값싼 연료를 사용할 수 없게 금지된 데 더 많이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몇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취해진 조치. 김차영(金且永) 대구시 환경정책 과장은 "종전엔 값싼 벙커C유를 땔 수 있었으나, 대구시내 전용면적 25평형 이상(75개 단지 3만여 세대)에 대해서는 1996년 9월부터, 18~25평형(24개 단지 1만여 세대)에 대해서는 1997년 9월부터 연료를 경유나 도시가스로 바꾸도록 의무화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2배 정도 증가, 입주민들 역시 '추워진 아파트'를 감수하게 됐다는 것. 동구 신천동 ㅈ아파트 이준희 관리소장은 "세대당 올 1월분 난방비가 19평형 5만2천여원, 33평형 9만7천700원으로 3년 전에 비해 2배 정도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입주민들도 보일러 가동시간 연장을 요구하기보다는 개별 보조 난방기구로 추위를 견디는 추세라는 것.

그 덕분에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의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 매출도 늘었다. 자취생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이런 기구가 이제 아파트용으로 바뀐 것. 홈플러스 가전매장 김형권씨는 "젊은 세대들도 아파트가 춥다며 침대용 전기요나 원적외선 히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동아쇼핑 경우 지난 12월의 난방용품 매출액이 일년 전 보다 28% 가량 증가했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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