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벤처기업인 토비인터랙티브디자인의 김만섭(36) 사장은 얼마전 신문기사를 보고 분통이 터졌다. 서울지역 경쟁업체인 ㅎ사가 20억원을 투자받았다는 내용.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픈 것이 아니었다. 기술력이 월등한데도 지역 벤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소외당했다는 안타까움과 허탈함 때문이었다.
토비는 인터넷상에서 첨단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을 제작하는 업체다. VR은 3차원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기법. 자동차 대리점에 가지 않아도 최신 차종을 인터넷에서 입체로 볼 수 있다. 대구종합무역센터(www.twtc.co.kr)에 가면 마치 헬기를 타고 건물 주변을 한바퀴 도는 듯한 VR을 볼 수 있다. 토비의 작품이다. 최근엔 지역 모건설업체의 모델하우스를 VR로 만들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VR 제작건을 두고 ㅎ사 등 서울 업체와 경쟁했어요.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현대측 관계자가 토비 작품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물론 토비에 제작의뢰가 떨어졌죠. 같은 크기의 VR 파일인데도 화질이 4~5배 뛰어났습니다"
이후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던 토비는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역 업체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돈도 없고 인터넷 홍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우 최종 결재까지 올라갔다가 채권단의 반대로 주저앉기를 수차례. 사업계획이 잇따라 무산되자 토비는 경영난에 봉착했다.
"지역 벤처캐피털들을 찾았지만 무덤덤하더군요. 직원 월급을 주지못해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ㅎ사의 기사를 보게 된 겁니다"
생각다 못한 김 사장은 경북대테크노파크 이상룡 단장에게 하소연했다. 이 단장은 이튿날 서울지역 유력 벤처캐피털 3개사의 투자매니저들과 함께 토비로 달려왔다. 투자매니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떻게 이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업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는 것이었다. 투자 의사와 함께 서울로 가자는 제안도 잊지않았다.
텁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김 사장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90년부터 디지털 영상업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떠오르며 97년 벤처를 차려 독립했다. 당시 서울지역의 유명 업체들이 서로 영입하려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역에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서울로 올라갈 것을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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